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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남창희]인권위, 北인권개선 운동 나서야

입력 | 2010-11-01 03:00:00


국가인권위원회가 드디어 국제사회에 북한동포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유엔으로 하여금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한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우리 정부도 나서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인권위는 진보정권 시기 우리 사회 내부의 인권 문제에만 열중하고 정작 시급한 북한의 인권 문제 제기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남북 화해협력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던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일부 인사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여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했다.

북측 오해 없도록 유연한 진행을

생존권, 신체의 자유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 평화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지금도 혹자는 북한은 독이 바짝 올라 있으므로 살살 달래가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한다. 내정간섭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사람들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제인권단체의 지원을 받아 겨우 사형을 면했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또 권위주의 정권 당시 미국과 국제 인권단체의 개입에 국내 민주화 세력이 얼마나 목말라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늦게나마 인권위가 북한 인권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은 다행이다. 이참에 인권위는 용기를 내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네트워크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인권위의 출발은 유엔 가입 직후 오스트리아 빈 세계인권대회에서 한국의 인권기구 설치가 논의된 것에서 비롯됐다. 인권위원회는 태생부터 국제인권보호 네트워크에서 유래된 만큼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에 동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존재한다는 집단수용소와 일상적인 인권유린이 실존하는 곳이 북한 땅이다. 공개처형, 고문만이 인권침해가 아니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탕진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인권유린은 없다.

북녘 동포의 생존권에는 입을 다물면서 문명세계의 일원이라고 자처하기 어렵다. 자유무역 확대를 통한 국부의 증진에는 열을 올리면서 참혹한 인권유린에는 눈감는다면 과연 국제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세계화와 민주화의 흐름에 순응한 대한민국의 성공과 이를 거부한 북한의 실패가 극적으로 대비될 것이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될 때 인권위는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네트워크의 본부임을 선언해도 좋을 것이다. 진정한 국격과 소프트파워는 브랜드 효과 제고 노력과 같은 광고 활동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류 보편적 가치의 깃발을 들고 국제사회에 감동을 줄 때 도덕적 지도국으로서 리더십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국 역할에 주목

우리 민족은 5000년 전 국가형성 시기부터 홍익인간을 주창한 인권존중의 사상적 뿌리를 갖고 있다. 인간을 우주운동의 목적으로 본 한국 고유의 천지인 삼재(天地人 三才) 사상은 임정의 자유민주주의 사상으로 계승되어 현대 민주화 운동의 토대가 되었다. 1987년 서슬 퍼런 신군부마저도 젊은 대학생 2명의 희생에 무릎을 꿇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생명 중시의 전통이 살아 있다.

한류가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유는 따뜻한 인간애가 우리도 모르게 드라마와 멜로디에 녹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경제성장과 인권신장의 동반성장에 성공한 발전모델은 후진국이 부러워하는 한국 소프트파워의 핵심이다. 인권위가 국제사회의 눈높이에 부끄럽지 않게 제 역할을 하려면 우선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협력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야 한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