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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기대-불안 교차하는 증시, 가볍게 멀리 보자

입력 | 2010-11-02 03:00:00


순조로운 상승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미국이 양적 완화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진행할 것인지, 각국의 환율 정책은 과연 상생의 묘를 살릴 수 있을지, 경기 선행지표는 언제 반등할 것인지…. 그간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규정짓던 굵직굵직한 화두들이 한꺼번에 집약돼 서서히 결과를 드러내기 직전의 모습이다. 기대와 불안감이 섞여 있는 상황이라고 할까.

이러한 결과들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두 가지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첫째는 주가지수 선물 베이시스의 하락이다. 주가지수 선물이 주가지수에 비해 점점 싸게 거래되는 것이다. 이러한 베이시스의 하락은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 보이는 선물을 사고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주식을 파는 거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래의 중심에는 외국인투자가가 있다. 외국인은 국내 투자가보다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의 차입금리가 매우 낮다. 런던은행 간거래금리(리보) 수준으로 차입해서 통화스와프를 하게 되면 한국 금리로 환산한 차입금리는 0에 가깝다.

둘째는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주식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가지수가 1,900 선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형 펀드 환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들에는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채 매입을 통해 통화를 공급할 것이다. 이번에 공급될 통화는 경기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을 차단하고 경기 순환을 본궤도에 올려놓고자 하는 정책의지가 담겨져 있다. 그 규모의 과소보다는 정책효과를 우선시해야 한다. 이번에는 잠겨 머무를 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풀려 돌아다닐 돈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의 합의, 경상수지 흑자의 규모, 한국 기업의 경쟁력, 국제 신인도의 유지 등을 생각해 볼 때 한국 원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절상될 개연성이 여전히 높다. 엔화나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 절상된 것과 비교해 볼 때, 그리고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대해 선제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보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 이제 반등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와 주가지수는 경기에 대한 예측과 기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외국인의 차익거래 물량이나 주식형 펀드의 환매물량이 소진되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이 좀 더 가벼운 몸짓으로 먼 길을 떠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