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가지정 모르고 철거… 문화재 관리 ‘구멍’
대전시의 근대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중구 대흥동 ‘뾰족집’(왼쪽)이 최근 재개발사업으로 무단 철거돼 앙상한 골격만 남아있다(오른쪽). 이 뾰족집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당시 대전 철도국장 관사로 사용됐다. 뾰족한 지붕양식과 다다미방 등 일본식과 서양식을 두루 갖춘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2008년 대전시 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사진 제공 대전시
뾰족집이 있는 대흥동 429-4 일대 재건축사업을 하는 조합이 ‘모르고’ 철거한 것이다.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대전시와 중구가 뒤늦게 원상 복원하겠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은 완전복구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2층짜리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당시 대전에 파견된 철도국장의 거주를 위해 지은 관사. 지붕이 우뚝 솟아 주변에서는 ‘뾰족집’으로 불렀다. 일본식 다다미방과 동으로 만든 문틀, 일본에서 가져온 나무로 짓는 등 일본식과 서양식이 고루 섞여 2008년 7월 대전시가 문화재로 가(假)지정했다. 가지정 문화재는 지정문화재에 준하는 보호를 받으며 훼손하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재개발조합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철거에 나서 지금은 내부시설은 훼손되고 앙상한 골격만 남아 있다. 조합 측은 “이전을 염두에 두고 일부 자재는 보관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책임의 소재는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중구청과 대전시의 부실한 문화재 관리 체계.
대전문화연대와 대전문화역사진흥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두 단체는 “뾰족집의 훼손은 시민의 공공재인 문화재를 훼손한 것으로 대전시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수준과 탁상행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 단체는 “뾰족집의 원상을 회복하고 문화재를 훼손한 책임자를 즉각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