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적 평등/로널드 드워킨 지음/한길사
《“평등은 정치적 이상들 가운데 멸종의 위협을 받는 종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자유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모든 정치가들은, 심지어 중도파조차도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를 적어도 유토피아적인 목적으로는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를 중도좌파라 부르는 사람들조차도 평등의 이상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신’자유주의 또는 ‘제3의 길’ 정부를 대표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처럼 ‘평등의 위기’를 서문 첫머리에 제시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멸종의 위기에 처했으나, 결코 폐기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이다. 법철학자이자 평등의 의미를 가장 심도 있게 논의한 학자로 평가받는 저자는 책을 통해 평등의 개념과 실현방법 등을 논의한다.
저자는 평등을 둘로 나눈다. 복지의 평등과 자원의 평등이다. 예를 들어 자식들 중 장애인이 있을 때, 이 자녀가 다른 자녀들만큼 행복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면 복지의 평등이다. 자식들이 이미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재산을 갖고 있다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재산을 똑같이 나눠 주는 것이 자원의 평등이다. 저자는 복지의 평등은 현실적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자원의 평등을 지지한다. 복지의 평등을 지지하는 존 롤스와 저자가 구별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자원의 평등한 분배는 어떻게 가능한가? 저자는 이를 위해 시장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양의 화폐를 주고 경매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구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자가 갖게 되는 자원 전체의 기회비용의 총합이 동일해지고, 시초 자원의 평등한 분배가 가능하다.
자원이 정말 평등하게 분배됐는가를 살피는 방법은 바로 ‘선망검사’다. 자원이 분배된 뒤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의 자원을 자신의 것보다 좋아하지 않아야 그 분배가 평등하다는 의미다.
최초에 자원을 평등하게 분배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원의 양이 서로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사람들 사이의 자원 차이가 개인의 선택 때문이라면 그 차이가 불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장애와 질병에 의해서, 혹은 재능에 의해서도 자원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저자는 주식투자 실패와 같은 선택적 운 외에 천재지변과 같은 눈먼 운 때문에 차이가 생길 경우 이를 일종의 보험과 같은 형태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눈먼 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장애나 질병, 혹은 선천적인 재능의 부족이다.
저자는 이 같은 평등관을 기초로 이와 어울리는 민주주의와 공동체는 무엇인지, 이 같은 평등관의 기초가 되는 윤리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한다. 나아가 의료비용이나 실업수당, 선거, 적극적 우대조치, 동성애, 안락사, 유전공학 등 현대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실제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