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음반시장으로 진출하자마자 현지에서 한국 걸그룹 열풍을 일으킨 소녀시대. 그동안 남자 아이돌 그룹 중심이던 한류시장도 소녀시대를 기점으로 걸그룹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 일본 점령한 소녀시대…그 신한류 현장을 가다
페이스북 등 통해 소녀시대 미리 접해
日 첫 방문때 이미 공항 팬들 인산인해
온·오프라인 1위…소셜 미디어의 힘!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커다란 헤드폰으로 소녀시대의 ‘지’를 들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는 ‘지’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다. ‘케이팝 러버스 숍’이란 이름이 붙은 10평 남짓한 공간에는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요즘 일본에서 잘 나가는 한국 걸그룹 외에 비 세븐 샤이니 에프엑스 씨스타 브라운아이드걸스 슈퍼주니어 태양 투애니원 등 한국 가수들의 CD가 보기좋게 진열돼 있다.
스매쉬의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메구미(23) 씨는 “소녀시대는 일본 여성그룹과 달리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춘다. 무엇보다 날씬하고 예쁘다”고 느낌을 말했다.
타워레코드 매장은 소녀시대의 새 싱글 ‘지’ 포스터로 사방이 장식돼 있다. 매장 직원은 “요즘 제일 잘 팔리는 CD가 소녀시대”고 밝혔다. 타워레코드는 10월18일부터 12월5일까지 아예 ‘케이팝 러버스 캠페인’을 벌여 한국가수들의 CD를 소개하고 있다. 시부야역 앞의 5거리에 있는 콘텐츠 전문 매장 츠타야도 소녀시대로 ‘도배’됐다. 계산대 뒤편에 대형 포스터가 붙어있고,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의 앨범으로 채워진 별도의 부스도 눈에 띄었다. 매장의 대형 화면에는 ‘지’의 뮤직비디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도쿄의 한 음반매장에서 일본 여성 팬이 소녀시대의 음반 코너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조용히 시작된 소녀시대 신드롬…소셜미디어의 덕 톡톡히 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타워레코드, HMV 등 일본의 대형 음반 매장에서는 ‘월드뮤직’ 코너에서나 한국 가수의 음반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가수의 음반이 메인 매장이라 할 수 있는 1층에서도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만큼 주력상품이라는 이야기다.
소녀시대의 신드롬은 조용히 시작됐다는 점에서 한류의 이변으로 여겨진다. 드라마를 감상하고 그 주인공의 팬이 되는 기존 한류와 달랐다. 일본 쇼케이스가 열리기 전 이미 소녀시대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유튜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소녀시대의 무대를 접한 일본 젊은이들이 일찌감치 팬을 자처했다.
소녀시대는 그동안 한번도 일본을 방문하지 않았지만, 쇼케이스를 위해 밟은 일본 공항에는 수백 명의 팬들이 몰렸다. 소녀시대 본인들도 어리둥절할 정도의 열기였다.
이런 붐 덕분에 소녀시대는 9월27일 일본의 유명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에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표지에 등장했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한국의 성장기업이 소녀시대와 닮았다’는 분석 기사를 냈다.
● 신한류의 트렌드…‘커버’(COVER) 현상
소녀시대 일본 의상을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 이은아 씨는 “8월 쇼케이스에서 여성 팬들의 의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신기해서 물어보니 유튜브를 보고 직접 만들었다는데 실제와 꽤 흡사했다”고 말했다.
김영민 SM 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소셜 미디어를 소녀시대 성공의 큰 요인으로 꼽았다.
소녀시대의 등장은 ‘아이돌의 천국’이라는 일본 팬에게 충격을 주었다. 걸그룹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보여준 것이다. AKB48처럼 완성되지 못한 채로 데뷔해 점점 성장해 나가는 것이 일본 아이돌 그룹의 모습이라면, 소녀시대는 처음부터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또한 일본 걸그룹의 율동 수준의 춤에, 귀여운 이미지로 어필하던 것과 달리 소녀시대는 늘씬한 외모와 미인형 얼굴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녀시대는 올 연말 시상식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리콘과 스포츠호치가 꼽은 NHK홍백가합전 출전 예상 명단에 올랐고, 주요 시상식에서도 신인상이 유력하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도쿄|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