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감세논란 일으켜” 원내대책회의서 정면공격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그동안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방침 철회를 주장해 온 정두언 최고위원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는 고소득층 감세 논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주목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2007년 대선 당시 (나와는) 다른 정파에서 대선공약을 만들고 정권 창출에 앞장선 당사자가 경제전문가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감세 화두를 꺼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필요한 감세 논란으로 당에 마치 분란이 있는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가 정 최고위원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을 놓고 당내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최근 야간 옥외집회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과 대기업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법안 중 하나인 유통산업발전법안(유통법)의 처리가 연이어 무산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원내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예산전쟁’을 앞두고 당의 응집력을 떨어뜨리는 불필요한 논란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설명이다.
근본적으로는 2007년 대선 당시 김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으로, 정 최고위원은 친이(친이명박)계의 핵심으로 경쟁했으나 이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 전체가 화합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인 정 최고위원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정파’라는 말을 쓴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공개 회의에서 발언한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아마 의원총회가 열리면 고소득층 감세 철회를 지지하는 의원이 많을 수밖에 없어 의원 단속 차원에서 김 원내대표가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13년부터 적용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