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 소속 전투기가 영국 항공모함에서, 영국군 전투기는 프랑스 항공모함에서 각각 뜨고 내릴 수 있게 된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으로 이뤄진 합동파견군이 창설돼 세계 곳곳에 긴급 투입되는 일도 현실화된다. 유럽의 핵보유국이자 전통적 라이벌인 영국과 프랑스가 2일 국방과 안보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핵무기 기술 개발과 핵실험도 공동 실시하기로 합의해 민감한 핵 분야로까지 협력의 폭을 넓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일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국방 협력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프랑스와의 협력은 장기적으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 협력해 능력을 키우며 동시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양국 군대는 (조약 체결 뒤에도) 독자적으로 행동할 능력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야당이 제기하는 주권 훼손 우려와 관련해 “협력은 예스(YES), 주권 포기는 노(NO)”라고 힘주어 말했다. 프랑스 대통령실도 “양측이 모두 완전한 주권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약에 따르면 영국군과 프랑스군으로 구성되는 5000명 규모의 합동파견군은 내년부터 평화 유지, 재난 구호, 전투 임무 등을 위해 해외로 파견된다. 여기에는 특수부대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국은 항공모함을 함께 이용하기로 합의했으며 무인항공기 개발, 위성통신 및 잠수함 기술 개발 등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영국 남부 올더마스턴과 프랑스 파리 동남부 디종에 있는 핵 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해 핵무기 기술 개발 및 핵무기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유럽지역 국방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유럽 전체 국방비의 45%, 군대 규모의 55%, 군사연구 및 기술 개발 비용의 70%에 이른다. 이처럼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가 손을 잡자 통합 유럽군 창설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는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라며 “핵심은 같은 생각을 하는 두 나라가 힘을 합침으로써 주권 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