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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대통령 부인 로비연루” 파문]與 “허위날조 - 모욕 행위”

입력 | 2010-11-03 03:00:00

남상태 “아내, 靑 가본 적 없다”




민주 대책논의 민주당 강기정 의원(가운데)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뒷모습 보이는 앉은 사람), 박기춘(왼쪽) 백원우 의원(오른쪽)과 함께 전날 자신이 제기한 ‘김윤옥 여사 로비 의혹’ 파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여권은 2일 전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 연임 로비에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한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대해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여권 내부에선 “강 의원의 발언은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사상 초유의 음해·모욕 행위”라며 어떤 정치적 부담을 지고서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비장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 한나라당 총공세

이날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선 강 의원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강 의원 발언을 ‘망나니 같은 발언’ ‘시정잡배보다 못한 허위 날조’ 등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런 국회의원을 뽑아준 지역구 주민들도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며,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퇴출시켜야만 민주시민임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5월 원내 사령탑을 맡은 후 야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해오던 김 원내대표로선 이례적인 강성 발언이었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 로비를 위해 조직적으로 후원금을 살포한 의혹에 연루된 것을 희석시키려고 이런 발언을 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당 여성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 부인에 대한 민주당의 날조된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2007년 대선 당시 김 여사의 7만 원짜리 시계를 ‘명품시계’라고 주장했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을 거론했다.

○ ‘현장서 저지했어야’… 자성론도

이날 한나라당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전날 강 의원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본회의장에서 예상치 못한 강 의원의 발언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의 도중 강 의원 발언을 비판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좀 더 강하게 대처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어떻게 잠자코 앉아 있을 수 있었느냐”고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친이명박) 직계 의원들이라도 나서서 강 의원의 대정부질의를 중단시키기라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2일 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의에서는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김충환 구상찬 의원까지 나서 강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 청와대와 여당의 초강경 기류 배경

청와대가 이날 이 대통령까지 나서며 이례적인 강경 반응을 보인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은돈을 받지 않고 당선된 첫 대통령이란 점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전 재산을 공익재단에 헌납하면서 나눔과 기부 운동을 주도해 온 이 대통령 부부를 상대로 민주당이 ‘1000달러 수표다발’이라는 자극적인 ‘상징물’을 동원해 공세를 편 것을 좌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공격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의 도덕성을 겨냥한 의도된 공세의 1탄으로 보는 시각이 청와대 내에 지배적이다.

집권 3년차 권력누수(레임덕 현상)가 실체가 뚜렷한 사안보다 의외의 소재에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청와대가 초강수를 둔 이유로 꼽힌다.

한나라당 역시 청와대까지 전면에 나선 상황에서 당이 몸을 사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권 내부에선 정작 강 의원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고심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국회의원 면책 특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기 때문에 강 의원을 제재하기도 쉽지 않다. 개헌을 하지 않는 한 제도 개선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의혹 당사자들 강하게 부인

강 의원이 언급한 당사자들은 이날 일제히 강 의원의 주장을 부인했다. 정동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의원 주장 전체가 허구”라며 “김 여사로부터 남 사장을 연임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청와대 시스템상 김 여사를 사적으로 만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남 사장은 이날 자료를 내고 “서울대병원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 이후 어디에서도 영부인을 만난 적이 없다”며 “강 의원은 제 아내가 청와대에 들어가 영부인에게 연임 청탁을 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아내 역시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청와대에 들어가 본 일이 없다”고 밝혔다. 남 사장은 법적 방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에 나와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이 얘기하는 것은 면책특권이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 의원) 발언 내용을 봐서는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 내의 발언인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