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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미 정상, FTA 조기 비준에 政治力함께 보일 때

입력 | 2010-11-03 03:00:00


2007년 4월 타결한 뒤 3년 넘게 표류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및 발효를 향한 움직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제 통화에서 한미 FTA 비준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동맹이 아니라 한미 동맹을 더욱 튼튼하게 하는 것”이라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에 남은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길 희망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에 탈(脫)보호무역주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최선을 다하는 게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자동차와 쇠고기 등 미국이 요청한 핵심 쟁점을 논의했다. 2일(현지 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통상장관 협의 결과에 따라 다음 주 G20 정상회의 전에 실무협의가 끝날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체결한 협정의 정신을 존중하면서 제한된 범위에서, 양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쟁점을 미세 조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환태평양경제협력(TPP) 확대 논의가 한창이다. TPP는 농업을 포함한 모든 분야의 무역에 원칙적으로 관세를 전면 철폐하는 협정으로 FTA보다 훨씬 높은 단계다. 현재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포함돼 있는 TPP에 내년까지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이 추가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에서 한국에 선수(先手)를 빼앗겨 위기감을 느낀 일본 간 나오토 정부도 TPP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을 마냥 늦춘다면 모두에게 손실이다.

두 나라 일각의 ‘한미 FTA 흔들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큰 틀이 깨지지 않도록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기울인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두 정상은 이제야말로 무역장벽을 낮춰 수출과 소득, 일자리를 늘리고 동맹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 FTA 비준 및 발효를 위해 함께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노무현 정부에 뿌리를 둔 한국 제1야당 민주당 일각에서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 안팎의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데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