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않은 일은 잊는 게 상책이다. 그게 쉽지 않기에 ‘나쁜 기억 지우는 약’이 곧 나온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한 프로야구도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중 최근의 일이 ‘도하의 굴욕’이다. 4년 전 도하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은 선수 선발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어떤 국내파 선수는 선발을 거부했고 많은 해외파 선수들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대표팀 김재박 감독은 “선수들은 많다”며 연연하지 않았다. 추신수가 참가할 뜻을 보였지만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뽑지 않기도 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크지는 않았다. 해외파가 빠졌어도 그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위업을 달성한 한국이 그 대회 예선에서 탈락한 대만이나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보다 한 수 위라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때도 대회를 앞두고 부산에서 대표팀이 모였다. 선수들에게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올해도 4년 전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대만은 여전히 무서운 상대이고 일본 역시 기본기가 탄탄하다. 다행히 올 대표팀 선발 과정에 잡음은 없었다. 추신수와 김태균 등 해외파도 포함됐다. 그럼 이번에는 우승할 수 있을까? 대표팀 김시진 투수코치는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으려면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하는데 그게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야구는 ‘공이 작을수록 이변이 많다’는 속설대로 의외의 결과가 자주 나오는 종목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도하의 굴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광저우 야구장에 애국가가 울리기 전까지는.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