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를 아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죠.
(구가인 앵커) 따루 씨는 스스로를 자칭 막걸리 홍보대사라고 소개할 만큼 막걸리 사랑이 지극한데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막걸리 주점을 열었습니다. 따루 씨를 만났습니다.
시끌벅적한 막걸리 주점. 분주하게 움직이는 파란 눈의 여성은 이 주점을 이끌고 있는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입니다.
(PIP / 인터뷰) 따루 살미넨
"주모예요, 주모. 매니저랄까. 주모라고 부르셔도 되고요. 아니면 매니저라고 부르셔도 돼요."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한 따루 씨는 지난주 서울 홍대 부근에 자신의 이름을 딴 주막을 열었습니다.
막걸리 주점을 열게 된 건 그의 막걸리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12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따루 씨는 당시 막걸리 주점이 많았던 고려대 근처에서 머물면서 처음으로 막걸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인터뷰)
" 맥주하고 소주를 먹었는데 썼어요. 써서 안 맞았어요. 요즘엔 안 가리지만. 그래서 막걸리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저는 옛날 스타일 막걸리를 좋아해요. 처음에는 서울 막걸리 밖에 몰랐고요. 지역 막걸리는 마시게 된 게 2년 전부터였던 거 같아요. 지방 여행 다니면서 부산 막걸리도 마셔보고 대구 막걸리도 마셔보고 고창 막걸리도 마셔보고 그랬는데요. 그러면서 아, 막걸리 정말 와인만큼 맛이 다양하구나 느끼고."
(인터뷰)
" 막걸리는 배신 안하는 친구 같아요. 사람은 배신할 수 있지만 막걸리는 배신 안 해요. 항상 기분이 좋아지고. 저는 방송에서 항상 말을 하는 모습만 나와서 사람들이 실제 저를 보면 실망할 때가 많아요. 제가 말이 없거든요. 낯을 가리고. 근데 막걸리를 먹으면 좀 풀리고, 사람하고 잘 어울리고 그래요."
막걸리 주점을 열기로 결심한 뒤 올해 초에는 막걸리 교육기관을 다니며 막걸리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인터뷰)
" 제가 막걸리도 처음으로 빚어봤어요. 한 세 번 빚어봤고요. 수삼 막걸리, 복분자 막걸리도 빚어보고, 막걸리 칵테일도 배워왔어요. 누룩도 만들어보고. 실습도 재밌지만 역사적인 것도 재밌어요.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건데, 요즘 막걸리가 대세라지만 70년 대 소비량과 지금 소비량을 비교하면 1/10밖에 안돼요. 양조장도 정말 많았는데 일제시대부터 집에서 못 빚게 하면서 사라졌어요. 요즘 양조장도 너무 없고 누룩 만드는 양조장도 세군데 밖에 안 남았어요. 아쉽죠, 문화가 많이 죽어서."
따루 살미넨 씨는 막걸리 뿐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한국인보다 더 잘 아는 외국인으로 유명합니다.
(인터뷰)
"다른 사람이 안하려는 거를 하고 싶어 하는 취향이 있어요. 원랜 뭘 전공할지 몰랐어요. 외국어 배우는 거 좋아했고요. 대학 들어갈 때 뭘 공부할까 고민하다가 아시아 아프리카과가 있어요. 거기에 동아시아학이란 게 있고요.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일본과 중국으로 갔거든요. 한국어 전공자는 다섯 명도 안됐는데, 저는 이걸 해보자. 원래 알고 있던 펜팔친구도 있어서 한국에 대한 기본 지식도 좀 있었고... 그래서 한 번 질러봤죠."
1998년 첫 방문 후 서울대에 교환학생으로 오는 등 매년 한국을 찾았습니다. 4년 전부터는 아예 한국에 머물러 통·번역일과 방송일 등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 한국 왔다가 다시 돌아갈 때 항상 너무 슬펐어요. 더 오고 싶고, 음식도 그립고 그랬는데 4년 전 여기 정착한거죠. 핀란드 사람과 한국사람 차이가 뭐냐면, 물론 한국 사람도 외국인 보면 처음에 경계하긴 하지만 한번 같이 한잔 하면 친구가 되거든요.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따루 살미넨 씨는 앞으로도 한국과 핀란드의 가교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핀란드인 주모로서 그의 꿈은 뭘까요.
(인터뷰)
" 주막은 처음 시도해보는 건데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족하더라도 이해해주시고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손님들과 이야기도 하고 고민상담도 하고 했으면 좋겠거든요. 잘 되면 핀란드에도 하나 열고 하고, 어떤 분은 대만에 내고 싶다고 했고, 어떤 분은 미국에 하면 대박 나겠다고 하고... 아직 말 뿐이지만 그런 꿈을 키워가면서요."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