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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매장관리시스템 덕에… “사장님은 맘놓고 출타중”

입력 | 2010-11-04 03:00:00

■ 반부재형 창업 주목




“하루 종일 매장을 지켜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라.”

생활의 여유를 함께 누리기 원하는 창업자들의 욕구가 커지면서 ‘반부재(semi-absence)형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점주가 매장에 상주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외부에서도 점포를 지켜볼 수 있는 카메라와 매장관리(POS)시스템 등을 활용해 매장에 상주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마케팅 전략상 젊은 매니저를 둬야 하는 업종이나 종업원 훈련 기간이 필요 없는 업종 역시 점주가 매장에 상주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 시스템으로 사장 부재 극복


점주가 하루 종일 매장을 지키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부재형 창업’이 시간적인 여유를 찾는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부재형 창업의 대표 업종인 커피전문점 자바씨티의 매장 모습. 사진 제공 자바씨티

반부재형 창업의 기본 요건은 잘 갖춰진 시스템이다. 가맹 본사의 인력 파견 시스템과 POS시스템 등을 활용하면 매일 매장을 지키지 않아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점포를 확대 운영할 경우에도 시스템이 밑받침돼야 한다. 점주가 매장에 없어도 운영할 수 있어야 2, 3호점까지 매장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과 생맥주전문점을 접목한 ‘레스펍’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송파구 석촌동에서 각각 운영하는 이인섭 씨(57)는 매니저 체계로 매장을 운영하는 반부재형 창업자다. 2007년 대치동 아파트단지 부근에 1억2000만 원을 투자해 116m²(약 35평) 규모의 ‘치어스’ 주점을 열어 월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이 씨는 자신감을 얻고 석촌호수 부근에 231m² 규모의 같은 브랜드 주점을 열었다.

1호점은 매니저 1명과 주방 인원 2명, 아르바이트 1명을 두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1호점 운영은 지인에게 추천받은 매니저에게 전담시켰어요. 입출금 명세도 POS시스템에 정확히 입력되므로 문제될 게 없었죠.”

외식업의 골칫거리인 주방 인력은 가맹본사가 해결해준다. 주방 직원이 갑작스럽게 퇴사했을 때 본사에서 보유한 주방 인력을 파견해 업무 공백을 메워 주는 것. 이 씨는 요즘 1호점과 2호점을 순회하면서 중요한 사항만 결정하고 건강관리에 시간을 쏟고 있다.

믿을 만한 매니저를 고용하고 가맹본사의 인력 파견 시스템과 슈퍼바이저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얼마든지 매장에 상주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 단, 매장에 상주하는 시간이 적은 만큼 매니저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매니저가 사장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휴가와 인센티브제도, 연봉제 등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 젊은 매니저가 성공의 열쇠

젊은층이 주 고객인 업종은 고령자가 아닌 젊은 매니저가 운영해야 영업 실적도 높아진다. 베이커리, 도넛전문점, 커피전문점, 의류전문점 등이 대표적이다.

22년간 유통회사에서 근무했던 김창완 씨(47)는 지난해 경기 부천시 역곡역 주변에 4억8000만 원을 투자해 79m²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 ‘뚜레쥬르’를 열었다. 그는 청소나 제빵 등 육체적인 업무는 직원에게 맡기고 재료 주문, 물량 예측, 직원 관리, 빵 진열, 태그 붙이기, 마케팅 기획 등 관리 업무만 담당한다. 판매는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눠 각각 3명과 2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고 있다. “베이커리를 찾는 고객이 20, 30대가 많다 보니 40대인 제가 판매할 때보다 20대 대학생이 판매할 때 매출이 더 높다”는 게 김 씨의 설명.

아르바이트 직원이 판매를 전담하기 때문에 김 씨가 매장을 비울 수 있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그는 매장을 비울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학교의 대량 주문을 위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평일 210만 원, 주말 250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 창업자로 변신했다.

커피전문점 ‘자바씨티’는 완전부재형으로도 운영할 수 있다. 창업자는 투자만 하고 영업은 본사가 맡는 구조다. 투자자는 점포구입비와 개설투자비의 90%를 부담하고 본사에서는 개설투자비 중 10%를 부담한다. 매장을 열면 본사의 20, 30대 전문직 직원이 파견돼 운영을 책임진다. 투자자는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매월 발생한 매출 중 월세, 인건비, 원가재료비 등을 제한 후 남은 수익의 90%를 받을 수 있다.

○ 기술 없이 운영하는 임대형도 인기

운영이 쉬운 임대형 창업도 권장된다. 임대형 창업은 장소를 제공하는 업종인 만큼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카운터와 안내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 1명만 두면 언제든지 매장을 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반부재형 업종으로 볼 수 있다.

스크린골프 프랜차이즈인 ‘더온골프타임’의 최연욱 부회장은 “올 초부터 베이비붐세대의 창업 문의가 크게 늘었는데 직원 1, 2명만 상주시키면 관리가 가능한 점이 스크린골프 창업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크린골프 외에 독서실이나 PC방, 원룸텔, 휴게텔 등도 임대형 창업에 속한다.

편의점 창업 역시 기술 없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업종이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50대 초·중반의 은퇴자가 매니저 체제로 운영되는 편의점 창업에 관심이 많다”며 “중년의 가맹 희망자가 예전보다 50%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