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리드 ‘기사회생’… ‘오바마 자리’ 공화에 내줘
《 미국 중간선거는 예상대로 공화당의 약진으로 마무리됐다. 공화당은 4년 만에 하원 다수당을 장악하면서 민주당과 함께 ‘권력 분점시대’를 열었으며 주지사 선거 역시 승리로 이끌면서 지방권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선거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
○…우선 두 자릿수 실업률을 기록하며 극심한 경기침체의 타격을 입은 네바다 주의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공화당의 집중 타깃이 돼 패배가 예견됐지만 기사회생한 점이 눈길을 끈다. 그가 패했다면 50년 만에 처음으로 현역 상원 원내대표가 패하는 불명예를 기록할 뻔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막판 거의 모든 선거자금을 집중 투입하면서 리드 대표의 재선에 전력을 다했다.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1일에는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까지 직접 유세현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으로 자리가 비어 ‘오바마 자리’로 불렸던 일리노이 주 연방 상원의원 자리는 공화당이 차지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이자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결국 5선의 연방하원 중진인 공화당의 마크 커크 후보가 48%를 얻어 상원의원에 올랐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지원 유세에 총동원됐고 선거 전 마지막 주말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시카고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주도했지만 허사가 된 셈.
○…여성 후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뉴멕시코 주지사선거에서는 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주지사가 탄생했다. 애리조나 주에서는 반이민법 제정을 주도한 공화당의 잰 브루어 주지사가 낙승해 여성 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한 공화당의 멕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가 대규모 물량공세를 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제리 브라운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또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바버라 복서 상원의원이 공화당의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를 누르고 수성에 성공했다.
○…미국 의회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공화)은 민주당의 톰 홀랜드 후보를 누르고 캔자스 주지사 도전에 성공했다. 브라운백 의원은 1995년부터 2년간 캔자스에서 하원의원으로 활동한 뒤 1996년 이후 캔자스 상원의원을 지냈다. 2008년 대선 당시에는 공화당 후보경선에 도전했으나 예상보다 지지율이 낮아 중도하차했다.
○…지한파이자 차기 하원외교위원장 자리를 예약한 공화당의 일리애나 로스레티넌 의원(플로리다)과 탈북자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에드 로이스 의원(캘리포니아)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하원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의 댄 버튼 의원도 15선 고지에 올랐다. 의회 윤리규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사퇴 압박을 받았던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민주당의 찰스 랭걸 하원의원(뉴욕)도 21선 고지에 등정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