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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환율 방어 vs 세계화 역행, 외화규제 ‘양날의 칼’

입력 | 2010-11-05 03:00:00


외화 유출입 규제와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브라질과 태국에서 핫머니 유입 규모를 통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데 이어 우리도 단기 투기자금의 유입을 막기 위한 외화 유출입 규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우리 정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근 미국 연준이 6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 완화를 결정하는 바람에 규제 도입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규제를 통해 핫머니의 유출입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막고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가 원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해당국은 자본시장 개방과 세계화라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개방화를 진전시킨 국가에서 규제는 기존에 들어와 있는 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외화자본의 유출입 규제는 득과 실이 너무 명확한 정책이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거리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외화 유출입 규제라는 카드를 꺼내려는 이유가 뭘까.

첫째, 우리 정부는 여전히 기업 활동, 특히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기업들이 돈을 벌면 그 효과가 경제의 각 부문에 흘러들게 된다. 또 대외적 안정성을 튼튼하게 해주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유럽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것은 결국 돈을 벌어 정부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경우 지급 능력은 경상수지를 통해 가늠된다. 결국 수출과 경상수지를 위해서는 통화가치가 낮아야 한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인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미국을 위시한 선진 각국에서 팽창적인 통화정책이 장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글로벌 핫머니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이 초래할 위험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채권투자 상황을 보면, 장기펀드 외에 조세회피 지역을 경유한 헤지펀드의 투자가 만만찮게 나타나고 있다. 헤지펀드 자금이 곧 핫머니인 것은 아니지만, 레버리징에 내포된 투자는 회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항상 주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정부가 강력한 외화 유출입 규제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서 지적한 신뢰성 문제와 더불어 ‘원화의 국제화’라는 큰 정책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

다. 지금은 여러 측면에서 외화 유입 압박이 있지만 반대로 외화 유출 압박이 발생하면 규제가 오히려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환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모종의 규제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글로벌 환율 갈등 속에서 우리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 펀더멘털이 환율과 자산가격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규제에 따른 환율과 자산가격 변동 리스크가 있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