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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나눈 오바마-베이너 뜻은 잘 합칠까

입력 | 2010-11-05 03:00:00

■ 美 다시 권력분점 시대로




2일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미국은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분점상태에 들어갔다. 2012년 다시 한 번 미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민주, 공화 양당의 처지는 오월동주(吳越同舟) 형국에 가깝다. 역대 중간선거가 대부분 집권당에 패배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권력분점 상태는 생소하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과 의회권력이 상호 조화의 길을 걷느냐, 극단적인 대결의 길을 걷느냐에 따라 미국 정치의 얼굴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대결모드의 전형은 1990년대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 출신의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의 관계가 꼽힌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40년 민주당 하원장악을 끝내고 다수당을 차지한 깅리치 의장은 대대적인 감세정책과 정부의 재정지출 감축을 주장하면서 클린턴 정부가 추진해 온 예산정책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클린턴 대통령 역시 연방정부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로 맞섰다.

당시 여론은 클린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엉뚱하게도 1995년 11월 암살된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 장례식에 동행했던 깅리치 의장은 대통령 전용기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을 홀대했고 이런 수모 때문에라도 예산문제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진 탓. 깅리치 의장은 1998년 백악관 인턴 섹스스캔들이 터졌을 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뒤 그해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했고 그것으로 하원의장직을 떠나야 했다.

반대의 경우는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민주당의 팁 오닐 하원의장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가장 리버럴한 매사추세츠 주 출신의 오닐 전 의장이 미국 보수주의의 전성시기를 활짝 열었다고 평가받는 레이건 대통령과 표면적으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정운영에서는 담대하게 협력하는 동반자적 모습을 보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오닐 의장은 오후 6시 이후에는 나와 가장 절친한 친구였다”고 기록했다. 오닐 전 의장도 “문을 닫아걸고 레이건 대통령과 고성을 지르며 논쟁을 벌인 날이 많지만 사무실을 나온 뒤에는 의사당 근처의 선술집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시가를 피운 적이 많다”고 회고했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며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 의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에 가장 강력한 저항자였다.

우드로윌슨센터의 돈 울펜스버거 의회연구담당 선임연구원은 “차기 하원의장 자리를 예약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원내대표는 제도주의적 접근을 하는 팀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독불장군처럼 행동했던 깅리치 전 의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