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다시 권력분점 시대로
대결모드의 전형은 1990년대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 출신의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의 관계가 꼽힌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40년 민주당 하원장악을 끝내고 다수당을 차지한 깅리치 의장은 대대적인 감세정책과 정부의 재정지출 감축을 주장하면서 클린턴 정부가 추진해 온 예산정책을 송두리째 뒤집었다. 클린턴 대통령 역시 연방정부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로 맞섰다.
당시 여론은 클린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엉뚱하게도 1995년 11월 암살된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 장례식에 동행했던 깅리치 의장은 대통령 전용기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자신을 홀대했고 이런 수모 때문에라도 예산문제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진 탓. 깅리치 의장은 1998년 백악관 인턴 섹스스캔들이 터졌을 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뒤 그해 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했고 그것으로 하원의장직을 떠나야 했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며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 의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에 가장 강력한 저항자였다.
우드로윌슨센터의 돈 울펜스버거 의회연구담당 선임연구원은 “차기 하원의장 자리를 예약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원내대표는 제도주의적 접근을 하는 팀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독불장군처럼 행동했던 깅리치 전 의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