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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수시모집 어이없는 합격 번복

입력 | 2010-11-06 03:00:00

오전에 인터넷 조회한 1400여 명 자기이름 확인
오후엔 829명으로 정정 발표… 학교 “전산오류”




“합격이다!” 5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한 고교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숭실대 수시 1차 최종합격 사실을 확인한 학생들은 교실 밖으로 뛰쳐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박모 양(18)은 합격자 조회시스템에 수험번호를 입력하고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봤지만 믿기지 않는 마음에 몇 번이나 다시 합격 조회를 했다. “어젯밤 한숨도 못 잤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제 2주도 남지 않았는데 자신이 없었거든요.” 박 양은 곧바로 부모님께 소식을 전했다. “엄마가 전화를 받고 ‘고맙다’며 우시더라고요. 저도 울고요.” 친척, 친구들로부터 축하 전화와 문자메시지만 수십 통을 받았다. “한 친구는 수능 부담을 덜었다며 기쁜 마음에 문제집을 태워 버렸대요.”

숭실대 합격자 발표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조회 서비스를 중단하기까지 20여 분. 박 양 외에도 모두 1400여 명의 지원자가 접속해 모두 합격이라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런데 20분 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함께 숭실대에 지원한 친구로부터 “합격자 조회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접속자가 몰려 그런가 보다 했지만 아예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되더니 ‘전산오류가 발생해 조회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라는 공지가 떴다. 학교에 수십 번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불안해 점심도 먹을 수 없었다. 얼마 후 숭실대는 PDF 파일로 829명의 합격자 명단을 공지사항에 올렸다. 박 양의 이름은 없었다. 몇 시간 사이 천국과 지옥을 오간 박 양은 “수능 공부에 다시 전념해야 하는데 손이 떨려서 책을 넘길 수도 없다”며 한숨만 계속 내쉬었다. 숭실대는 “1만4611명의 지원자 전체가 합격한 것으로 프로그래밍되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합격에 들떠 있다 불합격을 확인한 지원자들은 숭실대의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숭실대는 “대행업체 전산 담당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지원자들은 인터넷 수험생 카페 등에 모여 “대행업체의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가 더 괘씸하다”며 “법적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지원자는 “숭실대에 쳐들어가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형료 환불과 예비합격번호를 교부해 달라는 지원자들의 요구도 있었지만 숭실대는 ‘불가’ 입장이다. 숭실대는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심적 고통을 받으셨을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공식 해명하고 다시 한 번 대행업체인 진학사의 실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