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용 폭탄 활용될수도… 베트남인 일당 적발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충북 음성군에서 베트남인 사기도박장 인질강도 사건을 수사해 베트남인 6명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도박장에서 발견한 1회용 커피믹스 박스 안에 자성(磁性)을 띤 물질이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전문 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소지와 사용, 보관 등이 금지된 방사성물질 ‘I125’였다. 이 물질은 폭발물에 의해 폭발하면 방사능 누출 피해가 생길 수 있는 테러용 폭발물인 ‘더티 밤(dirty bomb)’으로 활용될 수 있다.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테러리스트들이 I125를 밀반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붙잡은 베트남인들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들이 테러 세력과 연계됐다는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전문적인 도박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사제 검측기로 방사능이 검출되는 진동 정도를 감지하는 수법으로 속칭 ‘쇽디아’라는 사기도박을 하는 데 이 물질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방사성물질 처리 및 배출 규정을 위반한 혐의(원자력법 위반 등)로 베트남인 E 씨(33)를 구속하고 일당 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들이 ‘친구에게 받았다’, ‘어디서 주웠다’며 횡설수설해 아직 이 물질의 밀반입 경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