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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자전거 세계일주’ 준비하는 동호회 ‘모험발전소’ 가보니…

입력 | 2010-11-06 03:00:00

“도전은 나이 불문… 새로운 길 닦을 것”




다양한 직업과 연령의 ‘모험발전소’ 회원들은 자전거 세계일주 준비를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신의 경험도 공유한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혜진 백동선 최충현 이성종 조영빈 손지현박현우 씨.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일은 올해 말 정년퇴임을 앞둔 육군 대령 최충현 씨(56)가 ‘동남아 지역의 자전거 여행’을 주제로 발표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화제는 자전거 세계여행의 무모함에 대한 얘기로 흘렀다. 개그맨 조영빈 씨(36)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전거로 미국 횡단하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말했더니 ‘미국이 얼마나 위험한데 자전거를 타느냐. 그러다 강도를 한번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라고 말해 겁을 잔뜩 먹었던 기억이 나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남편 권영 씨(30)와 함께 5년간 자전거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있는 실업팀 양궁 선수 손혜진 씨(25)는 “세계일주 떠난다니까 시어머니는 걱정으로 앓아 누우셨고 친정 엄마는 제가 마음을 돌리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계신다”며 웃었다.

자전거 여행의 위험성이 부각되자 모임 회원들의 시선은 지난해 아프리카 10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책도 펴낸 27세 동갑내기 부부 이성종 손지현 씨에게로 쏠렸다. 조 씨는 “어떻게 그런 위험한 지역을 선택했냐”며 따지듯 묻기도 했다.

직업도 연령도 다양한 이들은 이성종 씨 부부가 만든 ‘모험발전소’라는 이름의 동호회 회원들로 매주 한 번씩 자전거 세계일주 준비 모임을 갖고 있다. 장소는 회원 박현우 씨(43)가 운영하는 종로5가의 등산장비 판매점의 2층 창고.

자전거 세계일주를 막상 실천에 옮기는 건 쉽지 않다. 여행에서 맞닥뜨릴 미지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여행경비 마련도 큰 문제지만 젊은 사람이라면 직장, 가정 등 이미 안정된 환경을 완전히 뒤바꾸는 일이기 때문.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백동선 씨(36)는 지난해 직장에 사표를 내고 일본과 유럽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역시 직장을 그만두고 내년 2월부터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일주에 나서는 손 씨에게 ‘다녀오면 뭐로 먹고살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5년 뒤 생각해 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꿈의 실현을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우선시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 새로운 길이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결국 자전거 여행의 무모함은 이런 식으로 정리됐다. 지난해 티베트 자전거 여행을 하고 돌아온 박현우 씨가 “아프리카든 동남아시아든 인종은 다르지만 다 우리처럼 엄마 아빠 있고 자식 있는 똑같은 사람이다. 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 했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