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아파트가 지어지던 초창기, 한옥에 살던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한옥의 불편함을 말하며 아파트 주거 형태의 장점을 예찬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아파트 입주민은 특수 계층으로 받아들여지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한옥에 살던 사람은 기를 쓰고 아파트 주민이 되고자 했고 당연한 결과처럼 그 많던 한옥 마을은 차츰 자취를 감추고 한옥이 있던 대부분의 터전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한옥에 사는 사람의 의식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의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한옥과 아파트의 주거환경이 의식구조에 영향을 미친 결과일 터입니다. 한옥은 몇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지만 아파트는 핵가족 세대를 위해 닫힌 구조를 지향합니다. 한옥은 종이 흙 돌 등의 천연재료를 사용하지만 아파트의 주된 재료는 철근과 콘크리트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넘쳐나는 아파트 문화에 한없이 익숙해졌지만 그것이 어떤 상실의 결과로 얻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없이 둔감한 실정입니다.
집은 모태와 평안의 상징입니다. 어머니 배 속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 그리고 지친 몸을 수평으로 눕히고 심신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교류가 이어지는 따뜻한 마음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옥은 온돌과 마루와 마당을 통해 안식을 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지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파트는 그와 같은 고전적 집의 개념을 해체하고 차단합니다. 아파트의 구조 자체가 결집이나 교류보다 독립적인 차단 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마당도 없고 대청마루도 없는 콘크리트 공간에서 가족은 가족대로 이웃은 이웃대로 한껏 소원해집니다.
한옥 처마에 맺힌 고드름, 추녀 밑으로 날아드는 제비, 마당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따끈따끈한 아랫목, 바람이 지나가는 대청마루, 볼수록 마음 편하게 만드는 방문의 격자무늬…. 넉넉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때 넓은 마당으로 이웃이 들어섭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차를 나누고 이것저것 정담을 나눕니다. 그사이 마당에서는 동백이 지고 모란이 지고 낙엽이 지고 눈발이 흩날립니다. 참으로 사람이 살고 싶은 정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