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나 네덜란드 스위스의 경제발전 사례가 증명하듯이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살길은 문을 열고 국제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물론 국제사회와의 연계 강화가 반드시 좋은 점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나라의 문을 열면 국제사회와의 협력 증진과 함께 경쟁의 심화, 상호의존성 증대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중국이 기본금리를 0.25% 올리기로 하자 다음 날 뉴욕 증시가 크게 출렁인 적이 있다. 무한한 상호의존이라는 국제사회가 가진 하나의 단면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개방과 경쟁의 DNA가 흐른다. 우리 민족은 나라의 문을 열고 해외로 나갔을 때 흥(興)했고, 문을 닫아걸고 국내 문제에만 몰두했을 때는 쇠(衰)했다. 해외로 나가 나라를 흥하게 만든 대표적 인물이 9세기 통일신라시대의 무역왕 장보고이다. 장보고는 대선단을 이끌고 통일신라 발해 당나라 일본 류큐를 하나의 무역권으로 묶었다. 장보고 선단의 모항(母港)인 청해진은 국제무역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인근 지역 주민은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나라의 문을 닫아걸었던 조선시대 말기에는 많은 백성이 오랜 기간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해야만 했다.
요코하마 정상회의에서는 경제위기 극복 방안과 함께 보고르 목표 이행평가, DDA 협상 지원 및 물류개선 등 무역 자유화와 원활화 방안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역보다 더 좋은 방안은 사실 없다.
무역 어젠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 153개국이 참여하는 DDA 협상이다. 우리는 G20과 함께 APEC 정상회의를 활용하여 무역 어젠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하고, 공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DDA 협상 타결을 통한 다자무역체제의 정상적인 작동은 세계경제의 회복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과 보호주의 저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는 장기간 교착상태에 있는 DDA 협상에 대한 위기감을 공유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DDA 협상 출범 10주년을 맞는 2011년을 기회로 삼아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이 위치한 제네바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G20과 APEC 정상회의가 DDA 협상 타결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