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침수-전자파 등 안전시스템 공개… ‘리콜사태’ 반격 나서■ 日 시즈오카현 연구소 르포
4일 일본 시즈오카 현 도요타 히가시후지연구소 충돌시험장에서 대형차 ‘크라운 마제스타’(왼쪽)와 소형차 ‘야리스’가 충돌하고 있다. 두 차는 모두 도요타 제품이며 속도는 각각 시속 55km다. 실제 교통사고는 90% 이상이 이보다 낮은 속도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사진 제공 도요타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흰색 도요타 차량 두 대가 각각 시속 55km로 마주 달려와 조명이 환한 실내 충돌시험장 한가운데서 쾅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4.0L급 대형차에 받혀 3, 4m 튕겨져 나간 1.0L급 소형 해치백 차량은 멀리서 보기에도 앞이 다 부서진 처참한 몰골로 흰 연기를 냈다.
“파편 청소가 끝났답니다. 내려가서 직접 살펴보시죠.”
4일 이 충돌 테스트를 보여주기 위해 도요타는 아시아 7개국 기자 50여 명을 일본 시즈오카 현 히가시후지연구소로 초청했다. 대형차인 ‘크라운 마제스타’는 보닛 한쪽이 심하게 찌그러졌지만 내부는 멀쩡했다. 놀라운 것은 경차급인 ‘야리스’의 실내가 크게 망가지지 않아 생존 공간이 확보됐고, 운전석 문도 한 손으로 쉽게 열렸다는 점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더미(인체 모형)는 안전벨트를 맨 채로 원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전면 유리도 금은 많이 갔지만 깨진 데는 없었다.
요시히사 간노 도요타 차량기술개발부 충돌시험담당 직원은 “마제스타 승객은 경상, 야리스 탑승자는 경상에서 중상 사이의 상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1년에 이런 충돌 테스트를 1600번 실시한다”고 말했다. ‘언론인 여러분, 우리 차가 이렇게 튼튼한 걸 알고 계셨습니까? 이래도 우리 차가 불안합니까?’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도요타는 아이치 현 본사 테크니컬센터에서 저온, 침수, 강력한 전자파 등 혹독한 각종 조건에서 차량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모습도 언론에 공개했다. 오프로드 차량이 아닌 일반 세단 ‘캠리’로 침수로를 달리자 물보라가 차량 지붕보다 더 높이 일었지만 차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저온 실험실에서 혹한에 노출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는 와이퍼까지 정상 작동했다.
○ “급가속 현상은 실체 없는 것” 주장
렉서스 차량에 적용될 예정인 ‘어드밴스드 PCS’는 시속 50km로 달리다가도 도로에 놓인 마네킹의 형태를 인식하고 충돌 직전 차를 세웠다.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상황 등에서 운전자의 행태를 관찰하기 위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직경 7.1m짜리 거대 돔 내벽에 실제 거리를 촬영한 컴퓨터 영상을 비추고 그 안에서 차를 조종하게 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도요타는 이달 개발을 완료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섬스(THUMS) 4’도 기자단에 공개했다. 섬스는 더미로는 알 수 없는 신체 내부의 충격을 알아보기 위한 컴퓨터상의 인체 모델로 뇌와 인대, 내장의 충격까지 측정된다.
그렇다면 올해 초 도요타 차량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급가속 현상’에 대한 도요타의 답변은 무엇일까. 구즈마키 세이고 차량기술개발부 매니저는 “모든 구조 설계를 수차례 되풀이했고 오랜 시간 검증했지만 그런 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런 현상이 없다고 생각하며 우리 제품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급출발 사고에 대해 고개 숙이며 사과했던 도요타가 이제는 ‘실체가 없는 사건이었다’며 반격에 나서는 셈이어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아이치·시즈오카=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