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지적사항은 내년 경기 전까지는 분명히 개선돼야 하고, 감사도 철저하게 진행해 도덕적인 해이가 있었다면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취재를 담당하면서 동시에 카레이서인 기자가 바라보는 코리아 F1 행사에 대한 각계의 비판은 아쉬운 대목이 많다. 주로 경기장 건설 과정과 투명성 등 경기 외적인 부분만 심판대에 오르고 있어서다. 그런 비판들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F1이 한국에 왜 필요하고, 모터스포츠와 연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국 순위나 자동차 업체 순위에서 세계 5, 6위를 오르내리지만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 중에서 모터스포츠의 활성화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꼴찌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 값싼 자동차만 판매할 생각이라면 모터스포츠가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성능이 뛰어나고 부가가치도 높은 자동차로 옮아가려면 모터스포츠는 어쩌면 필수사항이다.
우리에겐 아직 세계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자동차가 없고, 한국 자동차의 상품성은 높아졌지만 기계적인 완성도나 고속주행 안정성 등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선진 수준으로 도약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터스포츠는 F1을 발판으로 성장시켜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
잘못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빈대를 잡는다며 집을 태워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고, 모터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제언이나 고민도 나와야 할 때다. 뛰어난 선수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김연아 선수 같은 스타를 탄생시킨다면 모터스포츠도 한순간에 인기 종목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F1을 영국 매니지먼트 회사인 FOM의 배만 불려주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시키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