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산골서 지극정성 길러… 고소한 맛 일품
충북 영동군 상촌면 ‘청정지역’에서 유기농 호두 농장 ‘갱골농원’을 운영하는 김동회 농장주(왼쪽)와 그의 아버지 김재문 씨. 이 농장은 1974년부터 김 씨가 산자락에 호두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심어가면서 일궜다. 영동=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해발 1100m의 황악산이 호두나무 밭을 둘러싸고 있고 주변에는 금강 발원지인 물한계곡이 있다. 물과 공기가 모두 맑은 청정지역이다. 가을이면 이곳에서 자연을 머금은 ‘유기농 호두’가 알알이 맺힌다.
○ 앞날을 내다보고 심은 호두나무
동네 사람들은 외지에서 들어와 야산에 나무를 심는 부자(父子)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김 농장주는 “그때만 해도 동네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집’이라는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무를 심고 몇 년이 지나자 잡목과 수풀로 우거졌던 산은 주렁주렁 호두가 열리는 호두나무 밭으로 변했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묘목을 심은 결과 지금은 이 농장에서 1500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가운데 900그루가량이 매년 반 가마(40kg)에서 한 가마(80kg)의 호두를 맺는다. 호두나무는 보통 묘목을 심은 지 7년이 넘으면 알을 맺기 시작하는데 나머지 나무들도 3∼5년 후면 알이 맺힐 것으로 보인다.
이 농장에서는 품질이 나쁜 호두를 가려내고도 매년 8t 정도의 호두를 수확하고 있다. 김 농장주는 “5년 뒤에는 수확량이 15t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벤처농업대에서 만난 인연
호두를 수확해 단순히 도매 유통업자에게 넘겨왔던 김 농장주는 1990년대 말부터 ‘유기농’으로 눈을 돌렸다. 청정지역인 만큼 굳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도 나무를 잘 가꿀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직접 호밀을 재배해 퇴비를 만드는 등 10년가량 정성을 기울인 끝에 2004년 품질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09년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윤 MD는 당시 ‘1촌1명품’이라는 농어촌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었다. ‘명품 먹을거리’ 생산자를 발굴해 중간 이익 없이 판로를 제공하는 기획이다. 김 농장주로부터 호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갱골농원을 직접 찾아본 윤 MD는 ‘1촌1명품’ 출품을 제안했다. 윤 MD는 “청정환경에서 생산돼 충분히 ‘명품’으로 불릴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외국산 호두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국산 호두라면 CJ그룹이 중점을 두는 ‘독창성(Only One)’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인터넷판매는 이렇게 시작됐다.
김 농장주는 현재 CJ오쇼핑은 물론이고 우체국 등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전국 각지에 호두를 팔고 있다. 이 농장에서 나온 호두는 품질 등급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껍질을 까지 않은 호두 1kg에 4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팔린다. 하지만 ‘깨끗한 고소함’에 반해 매년 50만 원어치 넘게 사가는 단골도 100명이 넘는다.
김 농장주는 “맛으로 보면 국산 호두가 월등히 나은데 생산이 쉽지 않아 수입 호두가 많이 유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국산 호두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호두 농사를 짓겠다”고 말했다.
영동=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