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식 태백시장의 ‘한숨 市政’ 넉달
취임 4개월이 지난 김연식 태백시장은 “표를 의식한 전시 행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사진 제공 태백시
○ ‘월급 못주는 공기업이 어디 있나요’
올해 7월 취임 이후 김 시장의 고민은 오투리조트에 집중됐다. 태백시가 대주주인 태백관광개발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36억 원. 태백시 올해 예산인 2300억 원보다 많다. 오투리조트는 무리한 사업 추진과 분양 저조로 이자가 연체되면서 하루 2400만 원의 빚이 쌓이고 있다. 이 때문에 리조트 간부들은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 임금 체불하는 공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최근 26억 원의 부가가치세 환급금이 없었다면 올겨울 스키장 문을 열지 못했을 것입니다.”
김 시장은 오투리조트 운영비 마련과 매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강원랜드에 3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답보 상태다. 매각도 쉽지 않다. 설령 매각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김 시장은 “팔아도 빚을 다 갚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시민 모두가 남은 빚을 떠안고 10년 이상 갚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상태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자신감도 바닥이다. 시민들은 딴죽을 걸기 일쑤다. 오투리조트 실패로 불신이 팽배해진 탓이다. 김 시장은 태백에 있는 낙동강 발원지에 대해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비 500억 원 가운데 국·도비가 80% 지원되는 유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각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이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 일자리 없어 선거 도운 분들도 쉬고 있어
김 시장은 이런 상황이 단체장들의 전시 행정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태백시에서는 지난달 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 문을 연 데 이어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와 국민체육센터가 건립 중이다. 하나같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시설이다. 특히 총사업비 1940억 원이 투입돼 내년 10월 개장 예정인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는 벌써부터 애물단지 신세다. 사업비 363억 원 확보가 쉽지 않다. 개장 후 매년 60억 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쏟아 부어야 한다. 이 때문에 태백시는 정부가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 시장은 취임 후 도 단위 이상 행사에만 참석하기로 했다. “축사 5분 하려고 1시간가량을 허비하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래서 지역 행사는 불참하겠다고 공언했더니 일부에선 ‘다음 선거에 안 나오려나 보다’고 수군거리더군요.”
민원도 만만치 않다. “책상에는 취업을 부탁한 사람들의 이력서가 수북이 쌓였어요. 태백에 일자리가 없다 보니 취업이 너무 어려워요. 선거 때 도와준 분들도 거의 쉬고 있는데요.”
○ 파산한 일본 유바리 시와 상황 비슷
강원 태백시 오투(O₂)리조트, 고생대자연사박물관 조감도(위쪽부터). 오투리조트는 이름과 달리 빚더미에 눌려 태백시의 숨통을 막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고생자연사 박물관도 적자 운영이 예상된다. 사진 제공 태백시
김 시장은 “태백과 유바리 시 상황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며 “일본과 한국의 제도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태백시가 파산할 가능성은 작지만 유바리 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태백시를 꼭 제 궤도에 올려놓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신문기자 출신으로 2006년 강원도의회 의원 당선에 이어 올해 6·2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선출됐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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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30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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