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력 아니다”
2007년 10월 울산의 한 노래방에서 윤모 씨는 오랜 기간 내연관계를 맺어온 이모 씨(여)의 하의를 벗겨 휴대전화로 하반신 사진을 찍었다. 한 달 뒤에는 친분이 있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2차례 이 사진을 전송했다. 검찰은 윤 씨를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그에게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승낙을 받고 나체 사진을 촬영한 것은 성폭력범죄가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내연녀의 알몸사진을 찍은 뒤 다른 사람에게 보낸 혐의로 기소된 윤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특별법의 입법취지에 비춰 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며 “당사자의 승낙을 받아 촬영한 영상물은 이에 포함되지 않고 사진을 배포했더라도 이 법에 의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이 씨가 바지를 올리려는 등 촬영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사진을 전송한 뒤에도 상당 기간 친분을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강압적으로 이 사진을 찍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