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범 전락한 중학교 담임 만난 형사의 한숨
강남 불법 카지노바 집중단속. 동아일보 자료사진
책상에 앉은 A 형사(31)가 한 중년 남성의 얼굴과 이름을 살피더니 급히 팀장에게 자신이 조사를 맡을 수 없다며 조사 담당 형사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입건된 모 공립고교 교사 B씨(48)가 A 형사의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이었던 것이다. A형사는 '엄했던 옛 스승에게 차마 도박 혐의를 캐묻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눈치 챈 듯 B씨는 다른 형사로부터 조사를 받는 내내 고개를 못 들었다.
B씨는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고급 아파트 최고층에 마련된 불법 카지노에서 `바카라'(카드 노름의 일종)로 3억여원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채를 얻어 쓴 탓에 교사 월급을 웃도는 고액 이자에 시달려 명예퇴직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공직자 신분이라 이번에 도박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직장으로 자동 통보되면 별도로 징계까지 당할 처지가 된다. A형사는 "(스승을) 이렇게 안 뵈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마포경찰서는 상습도박 혐의로 B씨 등 카지노 고객 2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노름 정도가 심했던 서모 씨(59ㆍ여) 등 3명은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B씨 등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국외 도박장과 강원랜드 등 국내 합법 카지노를 드나들다 도박 중독에 빠진 상태였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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