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는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였다. 이 유행어는 한 화장품회사의 컬러로션 광고에서 국가대표 꽃미남 축구선수 안정환과 배우 김재원이 서로를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내뱉은 멘트로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요즘 CF에는 이들의 계보를 잇는 최고 꽃미남 2인이 등장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2 '성균관 스캔들'의 송중기와 그룹 2PM의 닉쿤이 그들.
▶ 브랜드의 아우라를 바꾸는 힘 보여준 닉쿤
그룹 2PM 닉쿤은 \'라면은 얼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치즈라면의 단백함을 표현할 수 있는 모델로 꼽혔다.
광고를 하다보면, 두가지 유형의 모델을 만나게 된다. 잘 생겼지만 광고에 나와서 전혀 힘이 없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브랜드 전체의 아우라를 살려주는 모델도 있다. 그래서 드라마나 무대에서는 인기가 있어도 CF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오히려 CF에만 나와도 최고의 모델료를 유지하는 모델이 있다.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카리스마의 유무라고 할까?
닉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최고봉으로 브랜드의 아우라를 바꿔줄 힘까지 갖췄다. 단적인 예가 오뚜기의 '보들보들치즈라면'이다.
치즈가 들어간 라면을 선보인 오뚜기의 최대 과제는 '라면은 얼큰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치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닉쿤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살인미소는 치즈라면을 느끼함이 아니라 부드러움 담백함으로 바꿔줄 만한 강력한 무기였다(실제로 광고가 온에어되자 제품 판매량이 치솟았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그의 매너도 외모에 뒤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는 닉쿤은 화면에서 봤던 것보다 키가 훨씬 크고 짐승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훌륭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피부는 아기처럼 고와 부조화 속에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까?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여성 팬들이 몰려와 촬영장이 소란스러울까 걱정이었지만, 젠틀맨 닉쿤의 팬답게 그의 팬들도 젠틀했다. 동시녹음할 때는 방해가 될까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무언의 탄성을 보냈고 닉쿤이 라면에 입 맞출 때는 여기저기서 "내가 차라리 저 제품이었으면…"이라는 탄성이 들려오기도 했다.
▶ 외모 연기력 인기 학벌 성격 '5관왕' 송중기!
배우 송중기는 CF 촬영장을 찾은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 사진을 찍어주는 '훈남'이었다.
얼마 전 후배에게 문자가 왔다. "송중기 좋아해요? 좋아하면 저녁 때 촬영장 들려요"
그 때까지 '성균관스캔들'을 보지 못했던 필자는 별 생각 없이 더 바쁜 일이 있다며 후배에게 정중한 거절의 문자를 보내고 있었는데, 옆에서 그 문자를 본 신입사원이 자신의 선배 이야기로 나의 호기심을 돋우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얼짱으로 지방 도시를 뜨겁게 달구었던 선배가 송중기와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진학하면서 명함도 못 내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며칠 뒤 필자도 '성균관스캔들' 1회를 다운로드 받아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이렇게 훈훈한 드라마가 있다니!" 드라마를 통해 이모팬이 형성되었다는 이야기가 괜한 말이 아니었다.
5일 온에어된 스낵면 광고 촬영은 송중기의 스케줄에 맞춰 늦은 저녁에 시작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송중기는 "나 구용하야"를 외칠 때 발산했던 매력을 그대로 보여줬다.
드라마, 예능, 가요프로그램 MC까지 맡고 있는 본인이 가장 피곤했을 텐데도 촬영 중간에 여배우의 눈이 충혈된 것을 알아채고 잠시 휴식을 요청하는 기사도를 발휘했다. 본인의 충혈 방지용 안약을 건넨 것은 물론이다.
충혈된 눈 정도야 얼마든지 후보정으로 하얗게 만들 수 있지만, 그의 배려심에 스태프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촬영을 멈추고 여배우가 최고의 컨디션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
촬영 당일은 10월답지 않게 기온이 제법 낮았다. 가건물 형태의 세트장이라 바깥 온도가 그대로 전해지는 상황이지만 동시 녹음을 해야 하니 소음을 내는 온풍기도 가동시킬 수 없었다. 조명이 꺼지면 흰 티셔츠에 얇은 가디건만 걸친 송중기의 입에서 김이 보였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최선을 다했다. 아마도 촬영장 뒤쪽을 제법 채운 팬들의 후끈후끈한 열기가 힘을 준 것 같았다.
그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보통의 빅모델이라면 사진은 인터넷에 유포되면 초상권에 문제가 되어 절대 안 된다며 매니저 품에 안겨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그는 사진은 찍고 싶지만 말은 못하고 쭈뼛쭈뼛 서 있는 팬들에게 다가가서 한 명 한 명과 사진을 찍었다.
광고 촬영을 할 때면 언제나 '신의 불공평함'을 느끼곤 한다. 게다가 닉쿤, 송중기같이 외모에 성격, 태도까지 완벽한 모델들을 만나면 이런 생각은 더더욱 절실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생각만 해도 '엄마미소'가 지어지는 두 사람 같은 모델들이 늘어나기만 바랄 수밖에.
이상진 광고회사 웰콤 기획국장 fresh.sj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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