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객의 자녀 결혼식에 갔다. 중소기업 경영자로 인맥이 넓은 편이어서 그런지 높은 자리에 있을 것 같은 하객이 꽤 많았다. 하객들 사이에 반가운 인사가 오가더니 하나같이 고민거리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민의 대부분은 은퇴에 대한 것이었다. 아마도 1950년대 후반 출생의 베이비 부머 세대의 공통적인 고민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돈이 많건 적건 은퇴라는 단어는 서글픈 얘기다. 여기에 돈 문제까지 포함된다면 생각만 해도 답답한 노릇이다. 최근 들어 이렇게 은퇴를 앞둔 고객을 자주 접하게 됐다. 은퇴 후 삶의 변화에 대한 비(非)재무적인 이슈까지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재무적 이슈에 대해서는 철저한 은퇴 준비를 당부한다.
은퇴 관련 재무적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은퇴 시 부족한 자금을 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퇴 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조사 통계 자료를 보면 은퇴 후 부부의 노후자금으로 월 213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간단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도 현재 50세이고, 은퇴 후 20년 정도 산다고 가정할 경우 어림잡아 은퇴 시점에 7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기대수명을 늘릴 경우엔 필요 자금이 훨씬 더 늘어난다. 어느 정도 부자가 아니고는 은퇴 시 필요 자금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방법을 고민해 보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투자수익률을 높이거나, 하루라도 일찍 ‘은퇴를 가정한 사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퇴자금도 때로는 적극적인 자산 운용이 필요한 대상이 된다.
두 번째는 은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문제이다. 여기에는 보유 자산이 많은 속칭 ‘부자 은퇴자’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은퇴 이후 예상되는 자녀 결혼과 유학 자금 같은 라이프 이벤트를 생각하면 사전 준비는 필수다. 베이비 부머 은퇴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보유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어 은퇴 후 유동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사람들은 자산구조의 변화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연금이다. 연금은 목돈을 투자해 일정 시점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형태를 비롯해 다양한 구조로 설정할 수 있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 jk1017.lee@samsung.com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