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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유동성 장세 이후? 결국 펀더멘털에 달렸다

입력 | 2010-11-09 03:00:00


코스피는 순조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원화 강세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지난주 채권 금리는 큰 폭의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보였다. 주식, 원화, 채권의 트리플 강세 구도에서 채권만 유독 탈락한 것이다.

채권 금리 상승의 주된 원인은 외화 유출입 규제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원천징수 부활과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달러 차입 한도 규제 등이 외화 유출입 규제에 포함된다면 올해 채권 시장의 핵심 매수 세력이었던 외국인이 점차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외화 유출입 규제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이 2차 양적 완화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뒤 신흥국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도 원화 절상의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잠재 성장률 대비 경제 성장률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정책금리를 인상해 이를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금리 인상은 또 다른 원화 절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정책금리 인상과 외화 유출입 규제라는 카드를 동시에 써서 환율 안정과 물가 안정이라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신흥국에 대한 선진국의 일방통행식 통화 절상 압력을 완화해야 하고 동시에 중국 브라질 같은 신흥국의 불만을 달래야 한다. 결국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정책 당국이 우려하는 것은 급격한 자국 통화의 절상과 자산가격 버블이다. 그 이면에는 당분간 환율 하락과 자산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내포돼 있으며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낮춰 버블 이후의 충격을 다스리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계속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으려는 정책도 강구되면서 양자 간의 화학작용이 자산가격 상승의 기울기와 변동성을 결정할 것이다.

유동성 장세 이후를 전망할 때 결국 경제 펀더멘털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 한국만 놓고 보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올해보다 낮은 4%대 정도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제성장률 지표에 기저효과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제 몫을 한다면 내년 하반기 이후 바닥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다. 환율이나 채권 가격의 움직임이 외화 유출입 규제 같은 정책적 요소에 따라 출렁거릴 개연성은 충분히 있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유동성 장세는 진행형이고 그 이후의 상황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더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