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결단식 염색하고 참석… “사인 좀” 女선수들에 인기 폭발

“와! 태환이 오빠다.” 8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아경기 한국선수단 결단식에서 체스 대표팀인 초등학생 임하경(왼쪽) 김태경(가운데)이 사인을 요청하자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 흔쾌히 응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주인공은 ‘마린보이’ 박태환(21)이었다. “그냥 해 봤다”고 답하던 그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언젠가 한 번은 꼭 해 보고 싶은 머리였다. 그래서 며칠 전에 염색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향한 결연한 의지 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기호에 따랐다는 것.
안 그래도 소녀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이지만 빨간 머리 박태환은 동료 여성 선수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폭주했다. 특히 체스 국가대표팀의 여자 초등생 삼인방(김태경 임하경 변성원)과 바둑 얼짱 이슬아 등은 차례를 기다렸다가 사인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박태환은 시종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종목인 자유형 200m와 400m, 1500m에서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고개를 숙였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박태환은 “올해 호주 전지훈련 동안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현재 컨디션도 좋다. 장린(중국) 등과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어차피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그의 빨간 머리는 이 같은 자신감에 나온 것이었다.
이번 대회 41개 종목에 1013명의 선수를 파견하는 한국은 65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 일본을 제치고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4회 연속 종합 2위 자리를 지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기흥 선수단장은 “전통적인 메달 종목인 태권도 양궁 레슬링은 물론이고 이세돌 이창호를 앞세운 바둑, 댄스스포츠, 당구, 볼링 등도 메달 사냥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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