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아파트 거래량 21.7% 증가…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대폭 감소얼어붙었던 집값 서서히 반등 시작
얼어붙었던 서울 집값이 서서히 풀리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는가 하면 일부 지역은 지루한 하락세를 마감하며 반등을 보였고,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하는 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전세금은 여전히 뜀박질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 대도시 아파트 값은 오름폭을 더해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최근 ‘서울 집값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라는 ‘바닥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떨어질 때 바닥이 보이지 않을 것 같고, 오를 때 한없이 오를 것 같지만 집값은 흐름이다. 게다가 복원력과 파급력도 매우 크다. 일반인들은 오른다는 것을 감지할 때는 이미 저만치 달려가 있고, 다시 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이나 투자를 계획했던 사람들은 최근의 시장 흐름을 그 어느 때보다도 예의 주시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아파트 거래량이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9월 신고 된 전국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3만3685건으로, 8월 3만1007건보다 8.6% 늘었다. 이는 4월(4만3975건) 이후 5개월 만에 최고 수치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거래량이 611건으로 전월보다 21.7%로 크게 늘었고, 5개 신도시 거래량(833건)도 전월보다 15.2%나 늘었다.
그동안 쌓여 있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하락폭도 줄었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달 0.3% 하락(전월 대비)해 0.5% 떨어졌던 8월에 비해 하락폭이 줄었고, 수도권도 7월 이후 3개월 연속 낙폭이 둔화됐다.
○ 분양시장도 수요자 발길 늘어
○ 전세금 상승 지속, 입주 물량 감소
전세금은 여전히 강세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초 대비 9월말 현재 서울 전세금은 3.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광진구가 7.2%로 가장 많이 올랐고, 영등포구(7.1%), 성동구(6.6%), 송파구(5.9%), 서대문구(5.3%)가 뒤를 이었다.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금 비율이 매매가격의 50%를 넘는 곳도 늘고 있다. 값도 값이지만 전세 구하기도 워낙 어려워 월세로 돌아서거나 소형 아파트로 전환하는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내년엔 입주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올해 3만4621채인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물량(공공부문 포함)은 내년에 2만1035채로 확 줄어든다. 경기도도 올해 9만3842채에서 2만9836채로 급감한다.
부산 등 지방 대도시 아파트 값은 오름폭을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부산 아파트 값은 9.9%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창원시와 김해시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8.0% 올랐고, 전북(7.9%), 대전(4.9%), 전남(4.5%) 등도 오름폭이 컸다. 같은 기간 서울이 ―2.1%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방 주택시장에 훈풍이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새 아파트 공급물량 감소다. 2007년 이후 지방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이 거의 끊겼다. 부산 역시 2000년대 중반 매년 3만여 채 였던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0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8000여 채로 줄었다.
○ 연말 ‘턴 어라운드’에 무게 실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연내 아파트 값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한다. 주택시장이 추가 하락보다 장기적으로 ‘U’자형의 완만한 회복 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팀장은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지만 소형 평수 위주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전세금 상승이 매수심리에 영향을 미쳐 아파트 값과 전세금이 동반 상승하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최근 아파트 거래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어느 정도 지지 기반이 형성된 것 같다”며 “내년 입주 물량 부족은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아파트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