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1년 10개월 동안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환매 금액은 83조 원에 이르고 신규설정은 50조 원이다. 환매와 설정을 차감한 순환매가 33조 원이다. 이 중 국내펀드가 20조 원, 해외펀드가 10조 원으로 평균적으로 손해를 많이 본 해외펀드보다 본전이 빨리 회복된 국내펀드에서 환매가 컸다. 과거나 지금이나 손해 본 것은 놔두고 이익 난 것부터 먼저 파는 ‘순박한’ 투자행태가 변하지 않고 있음은 다소 씁쓸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런데 증권업계는 환매에 대해 신경이 날카롭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매 위에 장사 없다’고 모처럼 신고가를 내면서 분위기가 좋은데 환매가 계속되면 아무래도 주가가 제대로 뻗지 못할까봐 불안하다. 또 하나, 3년 전 펀드 열풍 때 들어와서 마음고생을 하다 겨우 원금이나 건져 나가는 고객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 마음 같아서는 3,000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 사이 본의 아니게 거짓말한 것이 맘에 걸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튼 대량 환매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2,000 이상에서 설정된 금액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1,900대에서 투자자들은 재테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주식을 접고 물가도 커버 못하는 3%대 금리로 안전하게 갈 것인지, 불안전하지만 주식에 일정 자산을 투자해 총체적 자산수익률을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서 준비되지 못한 은퇴와 노후에 대한 특집기사를 많이 취급한다. 사실 심각한 문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때와 피해야 할 때를 잘 살펴야 한다. 그러나 사상 최저 금리 시대가 고착화되고 환율이 강세로 갈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안전자산 선택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