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김창완. 스포츠동아DB
1998년 오늘, 가수 김창완(사진)은 자신을 11년 동안 쫓아다니며 괴롭힌 신 모 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신 씨는 1987년 “어릴 때부터 열성 팬이었다”며 김창완에게 접근해 ‘작곡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거나 ‘아프니까 돌봐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며 11년 동안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스토킹’ 혹은 ‘스토커’라는 사회적 개념이 확실하지 않았던 시절, 스토킹 피해자의 첫 고소 사례였다. 이후 연예인과 그를 쫓는 광 팬의 관계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고 ‘스토킹’에 대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도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스토커 처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나 근거가 없어 검찰은 신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듬해 1월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신 씨가 단순한 팬으로서 연예인을 좋아하는 차원을 벗어나 김창완으로부터 돈을 빼앗고 집에 돌을 던지는 등 괴롭힌 점이 인정된다”며 “신 씨를 김창완으로부터 격리한다는 차원에서 1년의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스토킹은 싫다는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주로 표적이 된다. 스토킹 피해로 가장 유명한 사건은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의 피살. 그는 1980년 뉴욕 맨하튼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광팬 마크 채프먼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역시 1997년 스토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인기 소설가를 향한 여성 팬의 억눌린 욕망을 표현했던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미저리’가 단지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란 점이 실제 사건에서 증명된 셈이다.
김창완 사건 이후 국내에서도 스토커에 의한 연예인들의 피해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2007년 9월에는 연기자 김미숙을 17년 동안 스토킹해왔던 한 여성이 구속됐다. 이 여성은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나 김미숙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지만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스토킹을 하지 않는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하다 결국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스토킹은 엉뚱한 피해를 낳기도 한다. 할리우드 배우 조디 포스터의 광팬 존 힝클리는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엉뚱하게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하기도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