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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4년간 유년시절 보냈던 인도네시아 방문

입력 | 2010-11-10 03:00:00

배리의 금의환향




‘배리(Barry)의 귀향.’

아시아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어렸을 때 살았던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인도 뉴델리 공항을 출발해 오후 4시 25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바로 시내 중심에 있는 대통령궁을 방문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 내외는 이어 시내 샹그릴라호텔에 들러 여장을 푼 뒤 다시 대통령궁의 국빈 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일간 자카르타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살 때 불렸던 이름인 배리를 따 1면 머리기사로 ‘배리의 귀향’이라는 제목으로 대통령 방문 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섯 살 때 하와이에서 인도네시아로 이사 와 열 살 때까지 4년 동안 살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을 유년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고향으로 기억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 스탠리 앤 더넘은 하와이대에서 공부할 때 첫째 남편인 오바마의 친아버지와 이혼한 뒤 두 번째 남편인 인도네시아인 롤로 소에트로와 만나 결혼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양아버지는 무슬림이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를 놓고 미국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빚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어릴 적 이웃들은 “배리 어머니는 비가 자주 내려 진흙길이 된 거리로 그를 학교에 바래다줬으며 배리는 인도네시아 말 하는 것을 편하게 생각했다”며 “집 뜰에서 흰 악어와 원숭이를 키웠다”고 기억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 3월 건강보험개혁법의 의회 처리를 위해 예정됐던 인도네시아 방문을 미뤄야 했으며 6월에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방문을 연기하는 등 2차례나 인도네시아 방문 스케줄을 취소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를 어렵게 방문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 만 하루도 머무르지 않는다. 1967년부터 4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오바마 대통령이 빠듯한 시간 때문에 자신이 공부한 멘텡초등학교 방문은 하지 않기로 해 오바마 대통령을 가르쳤던 교사와 같이 공부한 친구들이 섭섭해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대신 10일 예정된 국립 인도네시아대(UI) 특강에서 어렸을 때 기억을 되살리는 발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자카르타 경찰 1만3000명이 삼엄하게 경비를 섰고 특전사를 비롯해 육군과 공군 해군 등이 합동으로 경호에 나섰다. 자카르타 경찰은 오바마 대통령 방문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이슬람원리주의 단체와 대학생들에게 시위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10일 오후 1시 자카르타 공항에서 서울로 출발하려고 했지만 인도네시아에 퍼진 화산재 때문에 항공 운항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당초 예정보다 당기기로 했다고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인도네시아에 머무르는 시간은 20시간이 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11, 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0일 서울로 떠난다.

자카르타=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