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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 대신 납 이온 충돌 ‘미니 빅뱅’ 재현 성공

입력 | 2010-11-10 03:00:00

우주탄생 비밀 규명 새 장 열다




납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 개념도. 출처 텔레그래프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인 ‘빅뱅’ 직후의 상태를 작은 규모로 재현하는 실험이 7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성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CERN 소속 과학자들은 그동안 사용해온 양성자 대신 납 이온을 충돌시키는 방법으로 태양 중심부 온도보다 100만 배 높은 극초고온과 극초밀도를 만들어냈다. LHC는 7일 처음으로 납 이온 충돌에 성공했으며 이후 실험을 시작하기에 충분한 정도로 두 개의 입자 빔이 안정화됐다고 CERN은 밝혔다. 바르바라 바름바인 CERN 대변인은 “가속기 안에서 일어난 것은 매우, 매우, 매우 작은 규모의 폭발(bang)이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LHC 내 충돌이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쿼크-글루온 플라스마’로 이루어진 걸쭉한 물질 수프를 만들어낼 만큼 강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수주일 동안 납 이온 충돌실험을 더 실시해 우주 탄생의 비밀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밝혀낼 계획이다. 바름바인 대변인은 “수개월 뒤에는 과학자들이 중요한 발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달러를 들여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지대에 건설된 길이 27km의 원형 터널 구조물인 LHC는 두 개의 입자 빔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킴으로써 빅뱅 직후의 상황을 재현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2008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과학계는 LHC가 우주에 관한 이해와 지식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C는 암흑물질과 반(反)물질의 증거를 찾아내고 시공간의 숨은 차원까지 찾아내기 위해 주로 양성자 충돌실험에 사용되지만 매년 12월 정비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기 전 한 달간은 납 이온 충돌실험이 진행된다고 CERN 측은 설명했다. 납 이온은 양성자보다 무거워 순환시키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찾고자 하는 물질의 상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