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이루면서 이들은 삶의 의미와 소중함, 인생을 알차게 사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두 명배우의 연기도 기억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와 닿았던 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난주 주목을 끄는 뉴스가 하나 있었다. 올 7월 1090만 달러(약 120억 원)의 로또에 당첨된 캐나다의 한 70대 부부가 4개월 만에 이 돈을 모두 이웃에게 나눠준 것이다. 주인공은 앨런 라지(75)와 바이올렛 라지(78) 부부. 남편이 용접공, 아내는 미용실과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며 평생 검소한 생활을 해온 이 부부는 복권에 당첨된 뒤 1주일 동안 어떻게 쓸 것인지 의논하고 2쪽짜리 ‘기부 리스트’를 작성해 그대로 실천했다.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2%의 돈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지역 소방서, 교회, 구세군, 병원 등 도움이 필요한 수십 개의 단체에 내놨다.
‘아름다운 리스트’를 적은 사람은 또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인 로열더치셸에서 일하는 김수영 씨(29)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실업계고 출신으론 처음으로 KBS TV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려 세상에 알려진 인물이다. 어릴 적 가출도 하며 방황하던 김 씨는 ‘세상을 변하게 만들자’는 꿈을 키우며 악착같은 삶을 살아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기자의 꿈도 가져 동아일보에서 대학생 리포터로 활약하며 ‘동아닷컴 올해의 기사상’도 받은 적이 있다.
2005년 암세포라는 불청객이 찾아오자 김 씨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써 나갔다. 적다 보니 어느새 73가지나 됐다. 고향에 부모님 집 사드리기, 뮤지컬 무대에 서기, 육로로 실크로드 여행하기, 고아들을 입양해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기, 사람들과 교류하며 열정을 나누기…. 수술이 성공해 암의 공포를 떨친 뒤 그는 차근차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갔고 1일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함으로써 자신의 꿈 중 33번째를 달성했다. ‘오프라 윈프리쇼 같은 토크쇼를 통해 사람들과 감동과 삶을 나누기’의 꿈을 이룬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꾼다. 위에서 얘기한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다만 그들이 비범한 것은 꿈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꼭 죽음이 다가오지 않아도 이 늦가을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고 하나하나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김수영 씨의 인생 스토리는 12일자 동아일보 위크엔드면에서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