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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창업] ‘흰자위 상권’ 살아남기 제1원칙 “편안한 동네 사랑방이 되세요”

입력 | 2010-11-11 03:00:00


 《 창업을 준비하면서 업종 선택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점포 입지 선정이다.
소자본 점포 창업은 입지가 성공의 60∼70%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창업에서 점포의 입지 선정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이른바 ‘목 좋은’ 핵심 상권에서 창업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이런 상권은 창업비용이 많이 들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성공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정쩡한 자금으로는 점포를 구하기조차 어렵다.
요즘은 핵심 상권을 약간 벗어난 중심 상권의 이면이나 동네 주택가, 아파트단지 상가 등 이른바 ‘흰자위 상권’에서 창업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핵심 상권에 비해 경쟁이 덜하고, 권리금이나 보증금이 저렴해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위험 부담이 적다. 》
○ 편안한 사랑방 느낌으로

최근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장점이 있는 이른바 ‘흰자위 상권’에서 창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흰자위 상권에서 창업해 안정적인 소득을 거두고 있는 참숯바비큐치킨 호프전문점 훌랄라의 이혜경 사장이 손님들에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다. 사진 제공 FC창업코리아

주택가 상권은 적은 자본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큰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생계형 창업으로 고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에는 가장 적당하다. 특히 주 5일 근무가 보편화되고 여가시간을 가족과 함께 집 주변에서 보내는 이들이 늘면서 동네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주택가 상권은 유동인구는 적은 대신 고정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때문에 가족끼리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점포를 만들면 좋다. 서울 관악구에서 참숯바비큐치킨 호프전문점 훌랄라(www.hoolala.co.kr)를 운영하는 이혜경 씨(29·여)는 주택가 상권의 특성에 맞춘 점포를 만들고 창업 6개월째를 맞은 요즘 66m² 크기의 점포에서 월평균 2500만 원의 매출에 800만 원 정도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가족들의 외식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자장우동바비큐, 참숯떡갈비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와 김치바비큐, 된장바비큐 등 어른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골고루 갖췄다. 유흥가에 있는 치킨호프와 달리 편안하면서도 깨끗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실내조명을 밝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동네 상권에서는 단골 유치가 관건이라고 보고 초기부터 친근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 번 얼굴을 익힌 고객에게는 “어서 오세요”가 아니라 “또 오셨네요”라고 반갑게 맞았고, 아이들에게는 예쁜 캐릭터 컵에 오렌지주스를 담아 무료로 제공했다. 이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만 고집하지 않고, 주택가 상권이지만 지역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 개성 드러나는 점포로

주요 도로 좌우에 늘어선 점포는 노른자위 점포지만 여기서 한 골목이나 두 골목 더 들어가면 흰자위 상권이다. 이런 점포는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들고나는 고객들이 안쪽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점포를 만드는 것. 고객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잡을 수 있는 인테리어나 메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손님을 끌 수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마지오’(www.ilmazzio.com)는 주요 도로에서 벗어난 흰자위 점포지만 로데오거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79m² 크기의 점포에서 월평균 6000만 원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입소문의 비밀은 ‘공짜 피자 무한 서비스’. 평일에 고객 1인당 파스타 메뉴를 하나씩 주문하면 다양한 피자를 공짜로 무한정 제공한다. 공짜 피자지만 정식으로 판매되는 피자와 똑같은 재료와 레시피를 사용해 만든다. 정준희 사장(34)은 “얼핏 생각하면 큰 손해가 날 것 같지만 원가 절감을 통해 피자 비용을 상쇄하고 있어 조금은 남는다”고 말했다.

○ 아파트단지는 교육 아이템이 유리

아파트단지는 주택가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특성이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데다 중산층 이상의 거주자가 많아 일반 주택가보다 구매력이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상대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아이템을 고르면 유리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영어도서관 겸 영어독서교실 ‘닥터정이클래스’(www.drjungeclass.com) 개포점을 운영하는 이보은 씨(48·여)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하는 업종 특성에 맞춰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해 요즘 월평균 800만∼1000만 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 개포동 아파트단지는 엄마들의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곳이라는 점이 점포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점포 주변 환경을 고려해 입지와 궁합이 잘 맞는 업종을 선택하고, 목표 고객을 설정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로컬마케팅을 접목한다면 흰자위 상권에서도 노른자위 상권 못지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