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학교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실용주의 미국교육의 단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교사는 방대한 지식을 학생에게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주입하려고 하기보다 실제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내용에 치중하여 가르친다. 또 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우도록 참여적인 교수방법을 만들려고 항상 노력한다. 학생 처지에선 흥미를 잃지 않고 배울 수 있고 많은 커리큘럼을 소화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대학에서도 이런 실용주의적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학교수인 필자의 중국인 친구는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왔는데 만나면 자주 털어놓는 고충이 있다. 학생들이 수업시간마다 그날의 강의내용이 나중에 어디에 쓰이는지를 물어본다는 것이다. 수학이란 학문이 응용을 꼭 염두에 두고 발전하지 않았으니 일단 배워두라고 해도 막무가내라고 했다. 무조건 배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그런 불평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의를 거의 하지 않는 전임 연구자인 필자도 세미나에서 토론을 한다든지 연구와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매번 토론 때마다 무언가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바로 쓸모없는 선생이 되어버리는 분위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가르치는 이의 권위는 유용한 지식을 가르쳐 주는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한다.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있어 온 스승에 대한 전인적 존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위기의 단점도 있다. 즉, 미국 학생은 왜 배우는지 뚜렷하지 않거나 당장 관심을 끄는 주제가 아니면 배움에 대한 의욕을 쉽게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내용은 무엇이든 성실히 배워두려는 한국 학생의 인내심과는 대조된다. 결과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나 지식의 양적 측면에선 한국 학생이 세계 최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했던 이유는 한국 학생의 끈기있는 ‘열공’ 덕택이다. 우리 학생들의 세계적인 수준의 노력에 걸맞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좀 더 여유 있고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정훈 미국 토머스제퍼슨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