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정신을 차리고 지도를 다시 보니 FIFA의 새 위치가 따로 표시되어 있었다. 굳게 믿었던 고객센터의 정보가 틀렸다. 비행기 시간은 서서히 다가오고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니 교통편을 이용하더라도 버스를 세 번 정도 갈아타야 한다고 했다. 두 번 다시 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도 잘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나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눈치 챈 듯 어느 할아버지 한 분이 인자한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무엇을 도와줄까요(What can I do for you)?” 사막의 오아시스가 바로 이런 것일까. 그 분의 말 한마디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정을 이야기하자 할아버지는 선뜻 함께 가주겠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FIFA로 향하는 동안 취리히의 관광명소와 주요 대학에 대해 설명했다. 일일 대중교통 자유이용권까지 선뜻 선물로 주셨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꿈에 그리던 FIFA에 갈 수 있었다.
조현식 충남대 전기공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