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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신남식]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입력 | 2010-11-11 03:00:00


국립환경과학원은 2009년 전국자연환경조사 분석 결과 멸종위기동식물 67종이 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멸종위기동물인 수달 붉은박쥐 삵 담비 하늘다람쥐가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가장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조사 결과로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가 된다. 환경부가 멸종위기동물1급으로 지정한 12종의 포유류 중 호랑이 늑대 여우 표범 스라소니 대륙사슴 등 6종은 이번에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 6종은 오래전부터 일부 목격담 외에는 흔적을 찾지 못했으나 여우는 2004년 강원 양구군에서 수컷 한 마리가 죽은 상태로 발견돼 야생에서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많은 연구진이 여우를 비롯해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야생동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증식 및 복원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미 진행하던 반달가슴곰은 계획대로 원종을 도입해 지리산에 본격적으로 방사했고 여우의 증식 및 복원계획도 시작됐다.

야생동물이 멸종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서식지의 파괴를 들 수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 및 도시화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빼앗고 서식지를 단편화해 야생동물이 먹이 섭취나 번식활동에 제한을 받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요즈음 멧돼지나 고라니가 도로 및 도심에 출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음은 밀렵이다. 그릇된 보신의식과 모피를 얻을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리하게 포획하는 일은 개체 수 감소에 직격탄을 날리는 셈이다. 과거 산양이 절멸의 위기에 처한 것도, 현재 여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밀렵이 주원인이다. 지리산에 방사한 30마리의 반달가슴곰 중에서도 네 마리가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 등에 의해 폐사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공해나 오염물질 역시 야생조수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질병의 유행은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급격히 감소시킨다.

여우가 멸종된 이유는 위의 원인에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다. 1960년대에 거국적으로 이루어진 쥐잡기 운동이다. 당시 여러 목적으로 쥐를 잡기 위해 쥐약을 전국에 살포했다. 당시의 쥐약은 2차독성이 있어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다른 동물이 먹으면 잔존독성으로 죽게 된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도 희생됐지만 설치류를 주식으로 하는 여우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무분별한 외래종의 반입은 국내 토종의 생활터전을 압박하며 지구온난화 문제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

야생동물은 자연생태계의 큰 축을 이룬다. 야생동물의 건강은 가축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다. 인수공통 질병이라는 관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야생동물이 종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인류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본환경이 마련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멸종위기의 동물을 보전하는 노력은 지구환경의 보전과 맥을 같이한다.

국내 토종의 멸종위기 동물을 보전하기 위해 환경부와 문화재청, 동물원 등 관계기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우의 경우에는 서울동물원과 경북 영양군에서 증식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도 연구에 착수했다. 하루빨리 결실을 봐 우리 민속 문화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동물이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