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각국의 뚜렷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일단 미국은 국내외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양적 완화를 단행해야 할 만큼 경제 사정이 나쁘다.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주택시장의 부진으로 가계의 어려움이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고용을 주저하고 있다. 내부 수요가 부진한 만큼 외부 수요를 늘리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달러화 약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본, 유럽, 중국 등도 사정이 만만치 않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럽은 남유럽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고용을 위해 높은 수출증가율을 포기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의 경우 외자 기업들과 달리 로컬 자본 기업들의 경우 환율 민감도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지역, 나라 할 것 없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고, 돈을 벌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환율 및 경상수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도출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명시적으로 합의를 깨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수치와 강제성이 포함되긴 어렵겠지만, 각국 정상은 이전보다 조금 더 진전된 내용으로 환율과 경상수지 불균형 해소 문제를 서로 풀어 나가자는 합의를 다시 이끌어 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 이후 각국이 이를 잘 지킬 것인가는 또다시 살펴야 할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른바 ‘합의’를 이끌어낸 직후 단행된 미국의 양적 완화와 각국의 비판을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결국 각국이 푼 유동성 때문에 국내 자산가격이 과장되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규제 리스크는 점점 커질 것이다. 하지만 규제에 따른 가격 변화는 외국인에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마련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내외부적으로 풀릴 유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