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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희 기자의 여기는 광저우] ‘작전이냐, 싸움닭 본능이냐.’

입력 | 2010-11-12 07:00:00

박태환, 경쟁자 흔드는 ‘싸움닭 기질’ 탁월
中 장린·쑨양 스퍼트 강점…눈치전쟁 예고
노민상감독 “작전 미리 줄지, 맡길지 고민”



박태환 선수. [스포츠동아 DB]


‘마린보이’박태환(21·단국대)은 11일 오전과 오후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몸을 풀었다. 오전에는 경쟁자인 장린과 쑨양(이상 중국) 역시 아쿠아틱센터에서 한국선수들과 마주쳐 긴장감은 고조됐다. 실전무대가 가까워진 만큼 박태환이 어떤 전략으로 임할지도 관심사다. 특히 박태환의 주종목인 400m에서는 레이스 운영도 승부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경영대표팀 노민상 감독은 11일, “구간별로 작전을 미리 줄지, 아니면 태환이에게 맡길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박태환은 2007멜버른세계수영선수권 남자자유형 400m 결선에서 300m까지 5위에 머물렀지만 350m 지점을 턴하면서 4위로 치고 나왔고, 마지막 50m 동안 3명을 제쳤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는 100m를 지나는 시점부터 튀었고 150m지점을 가장 먼저 찍은 후, 400m까지 1위를 뺏기지 않았다. 박태환의 ‘막판추월’을 염두에 둔 경쟁자들의 허를 찌른 레이스 운영이었다. 세계정상에 오른 2번의 역영에서 극과 극 레이스를 펼친 셈이다.

스포츠동아 이동운(대한수영연맹총무이사) 해설위원은 “보통 100m지점에서 한번 스피드를 올려볼 수 있다. 그래서 상대가 따라오는가를 살핀 뒤, 상대의 몸상태를 판단하면 더 치고 갈지 말지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수영선수들은 레이스 도중 다른 레인 경쟁자들의 페이스를 살핀다. 보통 자신의 좌우 2∼3레인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예선에서 좋은 기록을 내 4번 레인을 꿰차면, 순위경쟁에서 더 유리하다. 박태환은 순간적인 판단이 빠르기 때문에 따라 붙거나, 치고 나가는 ‘싸움닭’ 기질이 탁월하다. 이 기질에 당한 대표적인 선수가 호주의 수영영웅 그랜트 해켓이었다. 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 400m결선 때 박태환(3번)의 옆레인(2번)에서 헤엄친 헤켓은, 초반부터 박태환을 따라 나가다가 페이스를 잃고 결국 6위로 처졌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의 경쟁자인 장린과 쑨양(중국)은 주종목이 1500m라서 400m에서도 막판스퍼트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박태환의 뒷심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기록보다는 순위경쟁인 아시안게임에서 초반부터 눈치작전이 치열할 수도 있다. 반면 몸상태에 자신이 있는 쪽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먼저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운 해설위원은 “일단 큰 틀에서는 작전이 나올 수 있겠지만, 세계적인 선수인 만큼 순간적인 대처는 박태환에게 맡길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이 테스트에서 구간별로 레이스 페이스가 꾸준히 유지됐다. 레이스를 주도할 수 있는 몸상태가 됐다는 의미”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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