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가이드라인 구체화…환율전쟁 중식 이정표 세운다
9월 28,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국제심포지엄’ 모습. 동아일보,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G20 서밋체제가 위기대응위원회에서 글로벌 경제 이슈를 다루는 조정위원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사공일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위원장은 “G20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거시경제의 정책 공조를 이끌어내며 세계경제가 대공황에 빠지는 것을 막았다”며 “이 같은 국제공조를 계속 유지하려면 G20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환율
시장결정 환율제도 이행 등
경주합의 바탕 이견해소 기대
환율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다. 다행히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정상들 간에 환율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환율 전쟁을 막는 간접적인 해법인 ‘경상수지 목표제’와 관련해선 정상들의 밀고 당기기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다. 어떤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합의에 대한 구체적 시점이 나온 것은 처음으로 경주 재무장관 회의 이후 정부가 물밑 접촉을 통해 각국의 이견(異見)을 상당 부분 해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을 확정한다면 환율 전쟁 종식과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큰 이정표를 만들 수 있다.
■ 글로벌 금융안전망
IMF 대출-지역안전망 연계
글로벌안정메커니즘 추진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이 8월 말 대출제도를 개선하면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IMF는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대출 한도도 늘려 신흥국들이 일시적인 외환위기를 겪을 때 IMF 대출을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게끔 문턱을 낮췄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IMF 대출제도 개선을 환영하면서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안전망을 협의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IMF가 탄력대출제도(FCL·Flexible Credit Line)와 예방대출제도(PCL·Precautionary Credit Line)에 합의했지만 좀 더 진전된 것이 없을까 하는 문제도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신흥국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에 찬성하고 있다.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두 겹, 세 겹의 안전망이 둘러쳐지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1997년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 사태 때처럼 외화가 한꺼번에 빠져나가 기초체력보다 경제가 훨씬 심하게 흔들리는 점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선진국의 반대다. 신흥국들이 외환위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아니라 안전망을 믿고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다.
■ 개발이슈
개도국 인프라-노하우 지원
세계경제 불균형해소 기회로
개발도상국 개발이슈는 한국이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테이블에 올린 의제다. 세계 경제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G20 정상회의에서 개도국 경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나아가 이들의 성장을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제안한 의제인 만큼 개발이슈의 내용과 향후 추진 방향을 결정하는 부분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 때 개발이슈에 대한 다년간의 시행 계획(action plan)이 발표될 예정이다. ‘일회성 의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G20에서 개발이슈가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란 뜻이다.
현재 G20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발이슈의 핵심은 개도국들이 스스로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경제·산업 인프라, 인력 양성, 경제발전 노하우 전수 등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국제기구와 일부 선진국이 주도한 자금 지원형 원조와 영어 사망률 줄이기, 식량 확보율 높이기, 진학률 높이기 등의 복지형 원조와는 크게 다르다. 특히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발표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개발이슈를 선도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더욱 강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G20을 통해 제2, 제3의 한국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 IMF 쿼터 개혁
선진국 지분 6%이상 이전
신흥국 목소리 커지는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개혁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IMF 지분이 많은 선진국들의 지분을 신흥 경제강국들로 이전하는 게 핵심이었다. 지금까지 철저히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IMF에서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다.
환율 문제가 갑작스럽게 주요 20개국(G20) 의제 테이블에 올라온 이슈였다면 IMF 지분 개혁은 올해 내내 중요하게 거론됐던 의제다. 또 세계 경제의 변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의제다.
다행히도 이 의제는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이사회에서 쿼터와 지배구조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 IMF 이사회는 선진국 쿼터를 과소대표국과 신흥개도국으로 6% 이상 이전시키기로 했다. 한국의 쿼터는 기존 1.41%에서 1.80%로 0.39%포인트 늘어나 순위도 18위에서 2계단 뛰었다. 쿼터 증가 규모 기준으로는 중국과 브라질에 이어 3위다.
현재는 10위 안에 중국과 러시아만 들어가 있으나 이번 개정으로 인도와 브라질이 신규 진입하면서 브릭스(BRICs) 4개국이 모두 10위 안에 진입하게 된다. 특히 중국은 경제력에 걸맞게 4.00%에서 6.39%로 늘어나고 순위도 6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다.
지배구조도 신흥개도국에 유리하게 바뀐다. 이사회 규모는 24명 그대로 유지되지만 2012년 말 이사를 선출할 때 유럽 이사 2명을 줄이고 신흥개도국 이사 2명을 늘리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15일까지 전자투표 형식으로 진행되는 IMF 총회를 통과(투표권의 85% 이상 찬성)하면 최종 확정된다.
■ 금융규제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제거”
은행 건전성 제고 새틀 마련
1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안건은 금융규제 개혁방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것이 G20 정상들의 확고한 목표다. 이 의제는 다른 의제와 달리 어느 정도 진척을 이루었기 때문에 합의안 도출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지난달 19일 채택한 금융규제 개혁권고안은 은행에 적용되는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들이 담겨 있다. 12일 G20 서울 정상회의에 보고될 이 권고안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와 은행의 건전성 제고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규제개혁의 핵심은 은행의 자본 취약성,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평소에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SIFI), 즉 대형은행에 좀 더 무거운 책임을 물리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BCBS는 이에 앞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규제를 세분화하고 항목별 기준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완충자본,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제를 신설키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같은 규제강화 방안이 G20 서울 정상회담에서 확정된다면 금융위기 발생가능성을 낮추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권의 평가다.
누트 웰링크 BCBS 의장은 최근 “안전하고 건전한 금융시장 환경 조성에 기여할 뿐 아니라 금융위기로 인한 공공적 비용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금융규제 틀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