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수의 축을 맡고 있는 폴 스콜스.
맨체스터의 '산소 탱크'로 불리는 박지성보다 더 많이 뛰는 것 같기도 하고, 더 힘이 넘쳐 보이는 선수. 그리고 영화 '빠삐용'과 '타워링'에 출연했던 미국의 명배우 스티브 맥퀸을 닮은 선수.
등번호 18번의 폴 스콜스(36)가 바로 그다.
그도 그럴 것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만 17시즌째 뛰고 있는 스콜스야말로 팀 전력의 중심축이기 때문이다.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스콜스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 자로 잰 듯한 패싱, 강력한 슈팅으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기도 하고, 뛰어난 체력과 기동력을 바탕으로 중원부터 상대 공격을 압박하는 수비의 보루가 되기도 한다.
맨체스터에서 600경기가 넘게 출전했고,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1997년부터 8년 동안 활약했던 스콜스.
이런 스콜스와 박지성은 닮은 점도 많다.
'축구선수로 뛰는 게 신기할 정도'라는 의사의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심한 평발을 극복한 박지성처럼 스콜스는 어릴 때부터 천식과 오스굿씨 병(운동을 많이 하는 10대의 남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병으로 슬개골 아래 통증이 있거나 붓는 증상이 있음)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최고의 축구스타가 됐다.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점도 닮았다. 아직 싱글인 박지성은 한번도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고 오로지 축구에만 매달리는 '범생이'.
19세 때 동네 친구였던 클레어와 결혼해 3자녀(애런, 알리샤, 에이든)를 두고 있는 스콜스 역시 운동장 밖에서는 잡음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 모범 가장.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이상적인 하루'를 묻는 질문에 "아침에 운동하고, 오후에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려오고, 아이들과 논 뒤 잠을 재우고, 이후 TV를 약간 보는 것"이라고 밝힐 정도다.
스콜스는 그동안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84차례 옐로카드를 받았고, 4차례 레드카드를 받아 역대 프리미어리그에서 5번째로 경고를 많이 받은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특히 그의 거친 태클은 악명이 높은데, 그래서인지 아스널의 아르센 웽거 감독은 스콜스에 대해 "그의 플레이는 공정하지 못하다. 그에게는 약간 어두운 면이 있다. 축구 선수로서의 능력은 존중하지만 때때로 그가 저지르는 거친 플레이에는 문제가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웽거 감독은 탐탁치 못한 평가를 내렸지만, '정글'같은 경기장에서 팀 공수의 주축으로 활약하려면 어느 정도 터프한 면도 있어야 할 듯.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뤘고, 2010년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이뤘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에 머물 정도로 아직 세계적인 축구 강호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스콜스 같은 공수의 주축을 이룰 불세출의 플레이메이커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뛰어난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를 통감해야 했다.
오죽하면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중앙 수비수였던 홍명보(현 아시아경기 남자대표팀 감독)가 플레이메이커를 맡아야 했을까.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북한과의 경기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이 났다. "'한국축구의 스콜스'는 언제쯤 나타날까"하는….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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