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1월 12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3년 반 만에 빛을 보는 듯 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 즉 FTA 추가 쟁점 합의가 또 다시 결렬됐습니다.
(김정안 앵커) 하지만 어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협상이 중단된 게 아니라 계속되는 거다"고 말해 추가 논의가 계속될 것을 예고했는데요. 스튜디오에 경제부 정혜진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정 혜진 기자) 예. 한국과 미국은 서울에서 4일에서 7일까진 차관보급 실무회의, 8일에서 10일까진 통상장관회담을 열어 11일 한미 정상회담 전 합의안 도출을 위해 협의를 계속했습니다. 장관회담 중반 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안전 기준과 환경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미국 측의 요구는 우리 쪽이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미국이 곧바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문제를 물고 늘어졌고 회담 마지막 날이었던 10일에는 쇠고기 수입 개방 요구까지 하자 우리 협상팀은 더 이상의 협의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 협상을 중단했습니다.
(김 앵커) 자동차 분야의 미국 측 요구는 어떤 것들입니까
(정 기자) 미국이 완화를 요구하는 안전 및 환경 기준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 다니는 차에 대해 적용하는 안전장치 및 환경 보호 규정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작년 7월 녹색성장위원회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0인승 이하 승용차와 승합차는 연비가 리터당 17km 이상, 1km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40g 이하 같은 규정을 단계 적용하기로 했는데요. 현재 관련 규정이 우리나라보다 덜 엄격한 미국에서 한국의 규정을 만족시키는 차를 생산하기가 어려워 사실상의 무역 장벽이 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주장입니다.
또 미국은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해 10년간 현재 매기고 있는 25%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원래 협정문을 썼는데요.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시기를 15년 정도로 늘리거나 긴급 수입 규제 조치 등을 만들자는 겁니다. 뚜껑이 없는 사륜 소형 트럭인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자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큰 수익을 얻고 있는 분야여서 미국이 전통적으로 FTA를 맺을 때 강력하게 사수해 온 시장입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수출 촉진 정책 중의 하나인 관세 환급제도 걸고 넘어졌는데요. 원래 한미FTA 원안에선 인정해 주기로 합의한 관세환급제를 아예 없애거나 제한을 두자는 주장입니다. 관세환급제는 제3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미국에 완성차 형태로 팔 때 부품 수입시 냈던 관세를 정부가 업체에 다시 돌려주는 건데요, 폐지 혹은 환급액 제한시 중소기업 등의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신 앵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김 앵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은 우리 정부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걸 미국도 모르진 않았을 텐데요.
(정 기자)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넘어갈 순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육류협회의 요구도 있고 상원 재무위원회의 맥스 보커스 위원장의 눈도 있는데요. 민주당의 보커스 의원은 한미FTA가 미 상원에서 비준을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재무위의 위원장인데, 이 의원의 지역구가 바로 '비프 벨트' 즉 쇠고기 중심 생산지인 몬태나입니다.
원래 미국의 협상 스타일이 막판에 상대 협상팀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몰아 붙이는 경향이 있다는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이 때문에 2007년 한미 FTA 첫 타결 때 미국이 막판 쌀 문제를 들고 나온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이 요구한 건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1%도 안되는 미국산 자동차가 더 팔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는 없애고 미국 시장에서 이미 잘 팔리고 있는 한국 자동차와 관련된 관세는 강화하겠다는 것인데요, 그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쇠고기로 압박했다는 것입니다.
(신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의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입니까
(정 기자) 일단 한미 정상은 11일 회담에서 우리 협상팀이 12월 초 미국 워싱턴에 가 논의를 계속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내에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코멘트 했습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양국의 의회와 여론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합의안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협의 과정에서의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