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기억이 아련하다. 당시 주식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영원히 상승할 것만 같았던 주식시장을 바라보며 대박의 꿈에 가득 차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이미 버블 수준에 있었으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에 열을 올렸다. 당시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6,000을 돌파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블룸버그 기준)까지 상승했다. PER가 50배라고 하면 내가 투자한 원금을 회복하는 데 5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 이때 중국 증시는 버블 중에서도 버블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신규 상품이 이때 출시되는 등 중국 증시에 수조 원을 투자했고 아직도 그 아픔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많다.
이후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현재 펀드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는 변화 중 하나가 중국 본토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모두 2010년 들어 2009년보다 강한 환매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본토 펀드로는 최근 3개월간 9500억 원, 연초 대비 1조3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지속된 물가 상승과 부동산 과열 우려로 지급준비율이 인상되고 있으나 이는 실물경제 부문에서의 과열을 조절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의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본토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확신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경제 중심의 이동이다. 2007년을 고비로 선진국에서 늘 많이 팔던 자동차 총판매 규모가 이머징 시장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또한 2007년 이후 선진국의 실질 소매판매는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에 이머징 국가들의 경우 900억 달러가 증가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부가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방한한 골드만삭스 글로벌 자산운용 회장인 짐 오닐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약 70조 달러에 달해 40조 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을 크게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도 2030년에는 중국의 시가총액이 29%에 이르러 25%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을 제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은 꾸준히 20%대를 나타내고 있다. 상하이지수의 PER는 17배로 2000년 이후 평균 14배보다 조금 비싼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어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고 해도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보인 후 반등세를 나타낸 중국 증시의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일어날 패러다임의 전환에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