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율 유황사료로 무항생제 오리 키운다
류도현 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유황을 섞은 사료를 먹여 키운 오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유황 사료를 먹고 큰 오리는 질병에 강한 내성을 가지면서도 육질이 탄력 있고 오리 특유의 잡냄새가 없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산=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류 씨가 오리 사육에 뛰어든 것은 1995년. 질병에 강하고 맛도 좋은 오리를 기를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오리에게 먹일 사료에 유황을 섞는 실험을 시작했다. “돼지 같은 경우 잡내를 없애고 육질을 좋게 하려고 유황을 섞은 사료를 먹입니다. 오리가 가금류 중에서 해독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알고 있던 터라 같은 방법을 오리에게 적용해 보기로 했죠.”
○ 반복된 실험으로 황금비율 찾다
하지만 무수한 실험 끝에 류 씨는 마침내 최적의 유황 배합 비율을 찾아냈다. 사료 전체 중량에서 유황의 비율을 0.03% 선으로 조절하자 항생제를 주지 않아도 쉽게 병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육질이 쫄깃하고 오리 특유의 잡내가 안 나는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핵심 기술은 부화에서 출하까지 45일 정도 걸리는 오리의 생육 단계에 따라 유황의 양을 조금씩 늘리는 것인데 이는 ‘며느리도 모르는’ 류 씨만의 노하우다. 그의 집념은 올해 6월 유황에 당귀, 숙지황, 작약, 오가피, 황기 등 식물성 원료를 섞어 만든 사료로 특허를 받는 것으로 결실을 봤다. 그가 실험을 의뢰한 대학 연구팀도 유황을 먹인 오리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실험 결과로 그의 손을 들어 줬다.
류 씨의 ‘유황 예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톱밥에 유황과 석회를 섞어 축사 바닥에 뿌려주면 유황과 석회의 살균작용 덕분에 구더기 같은 해충이 발생하지 않고 오리 배설물에서 나는 역한 냄새가 줄어듭니다.” 류 씨의 설명을 듣고 축사에 들어가 보니 과연 실내 온도를 높이려 온풍기를 틀어 놨음에도 오리 배설물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 국내 최초 무항생제 오리농장 인증
유황을 먹고 자라 질병에 대한 내성이 높은 류 씨 농장의 오리는 항생제가 필요 없다. 덕분에 2007년 이 농장은 사육 전 과정에 항생제를 쓰지 않는 친환경 축산물 인증을 오리농장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받았다. 같은 해 역시 오리농장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사육에서 가공, 포장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받았다.
오리 하나만 바라보는 인생으로 큰 성공을 거둔 류 씨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농장 곳곳에 수십 대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거래처 사람들이 컴퓨터만 켜면 농장의 오리 사육 과정을 24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사육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국 하와이산 해양 심층수를 구입해 배탈이 난 오리에게 약 대신 먹이는 등 믿을 수 있는 오리를 기르기 위한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농장 인근에 오리 가공 공장을 증축하고 있는 류 씨는 오리 가공 과정에도 새로운 도전을 계획 중이다. “지금까지 오리 제품은 친환경으로 기른 뒤에도 소비자에게 먹음직스럽게 보이려고 가공 과정에서 식용 발색제를 넣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목표는 발색제를 쓰지 않아도 소비자가 즐겨 찾는 모양새를 갖춘 오리 가공 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아산=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