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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苟無恒心이면 放벽邪侈를 無不爲已니…

입력 | 2010-11-15 03:00:00


 

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에게 仁政(인정)을 실시할 것을 力說하면서 우선 恒産(항산)과 恒心(항심)의 관계를 거론했다. 恒産은 떳떳이 살아갈 수 있는 生業(생업), 恒心은 사람으로서 떳떳이 지니고 있는 善心(선심)이다. 맹자는, 사회적 정치적 책임의식을 지닌 士(사)는 항산이 없더라도 항심을 지키지만 일반 백성은 그럴 수 없어서 죄에 떨어지는 일이 많다고 보았다. 이어서, 백성들에게 일정한 생업을 마련해 주고 도덕적 자율성을 啓導(계도)하지 않고서 그들이 죄를 저지른 뒤에 형벌을 가하는 것은 백성들을 그물질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苟(구)는 ‘진실로’라고 풀이하는데, 가정 및 조건의 절을 이끈다. 放(벽,피)邪侈(방벽사치)의 放은 放蕩(방탕), (벽,피)은 偏僻(편벽·한쪽으로 쏠려 간사함), 邪는 邪惡(사악), 侈는 奢侈(사치)를 뜻한다. 無不爲는 이중부정의 구문으로, 어떤 짓이든 한다는 말이다. 已는 단정의 종결사이다. 及∼然後는 ‘∼함에 이른 연후에’이다. 罔은 그물질할 網(망)의 옛 글자이니, 罔民은 法網(법망) 속에 몰아넣는 것을 뜻한다. 문장 맨 앞의 焉은 ‘어찌’라는 뜻을 지닌 의문사로 쓰인다. 罔民而可爲也에서의 而는 목적어를 앞에 제시하여 음조를 고르는 기능을 한다.

맹자의 관점에서 보면 시민들의 생업을 우선 안정시키고 시민들의 도덕적 자율성을 촉구하지 않은 채 시민들이 죄를 지으면 법으로 처벌하기에 汲汲(급급)한 것은 罔民의 행위일 따름이다. 현대 정치에 대해서도 一針(일침)이 될 법한 지적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