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페라 가수 키메라. 스포츠동아DB
이제는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알 만한 ‘팝페라’ 가수들이다. ‘팝’과 ‘오페라’의 합성어로 통하는 팝페라는 크로스 오버 장르를 대표한다. 1985년 프랑스 유력신문 르몽드가 ‘한국에서 온 팝페라의 여왕’이란 표현을 쓰면서 처음 세상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르몽드가 지칭한 이 ‘여왕’은 누구일까. 1985년 오늘, 그 ‘여왕’이 한국을 찾아 공연을 펼쳤다. 바로 ‘키메라’(김홍희·사진)이다.
키메라는 그해 오페라 아리아를 록 스타일로 편곡해 첫 앨범 ‘더 로스트 오페라’를 세상에 내놓았다. 1집은 세계적인 편곡가 프랑크 프루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이라는 화제성까지 더해져 프랑스에서만 100만장이 팔려나갔다. “동양 여인의 환상적 이미지”를 상징하는 독특한 메이크업과 상당한 고음의 하이 소프라노로서 재능을 인정받으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열기 속에 한국을 찾은 키메라는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공연을 성공리에 마무리했고 라이선스 음반 역시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이 앨범이 키메라의 대학 졸업과 딸 출산을 축하하며 남편 레이몽 나카시안이 거액을 들여 제작한 선물이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이 세상에 알려졌고 결국 키메라는 유럽에서 최고의 가수로 떠올랐다.
키메라는 성신여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파리7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뒤 에콜 노르말 음대까지 수석 졸업했다. 이때 만난 남편이 레이몽 나카시안이었다.
이들 부부는 그로부터 2년 뒤인 1987년 11월9일 딸 멜로디가 스페인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로부터 12일 뒤 현지 경찰은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5명의 범인과 치열한 총격전 끝에 멜로디를 구출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