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고객에 도박 알선… 카지노 직원 등 28명 기소

A 씨는 순순히 동의했다. 박 팀장 등은 심모 씨(41) 등 카지노에 고객을 소개하는 에이전트 2명에게 수익의 10∼15%를 주기로 약속하고 A 씨에게 볼리비아 영주권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도록 했다. A 씨는 이들에게서 받은 서류를 외교통상부에 내고 거주여권을 발급받았다. 거주여권이란 외국 영주권을 취득해 해외로 이주한 내국인에게 발급하는 여권으로 이 여권이 있으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출입할 수 있다.
A 씨는 카지노를 드나들며 330억 원을 걸고 ‘바카라’ 게임을 즐겼고, 모두 41억 원을 잃었다. 이후에도 박 팀장 등은 강원랜드 VIP 고객들에게 차례로 접근해 같은 방법으로 외국인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거주여권 발급이 어려우면 브로커를 통해 외국여권이나 거주여권을 위조해 만들어 주기도 했다.이 같은 불법 호객행위에 넘어간 내국인은 총 21명. 이 중에는 연예기획사 대표, 골프장 사장 같은 재력가뿐만 아니라 주부도 있었다. 이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총 170억여 원을 탕진했고 일부는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도박중독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2007년까지 단 한 건도 없던 볼리비아 영주권자에 대한 거주여권 발급 건수가 2008년 13건, 지난해 130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일부 남미 국가 영주권자의 거주여권 발급 건수가 급증한 것에 주목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드나든 내국인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건이 불거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8월 해외 영주권자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때는 거주여권과 함께 재외국민등록부 등본을 제시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